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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4-09-22 10:52
   고려인들을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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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서경석
    조회 : 3,587  
   고려인들을_이대로_방치할_것인가.hwp (12.6K) [53] DATE : 2004-09-22 10:52:51






                                                          서경석목사 (서울조선족교회)


  금년이 러시아 한인이주 백4십주년이 되는 해여서 여기저기서 백4십 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그렇지만 이벤트성 행사만 눈에 띨 뿐 우리나라가 50만 고려인을 진정한 동포로 껴안으려는 근본대책은 보이지 않고 있다.

  지금 고려인의 경제 형편이 비참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우즈베끼스탄에서 더 이상 살기 어려워 러시아로 넘어오는 사람들이 줄을 잇지만 이들의 법률문제를 돕는 최소한의 일조차 되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그런데 법률적, 경제적 문제보다 더 심각한 것은 대부분의 고려인들이 한민족으로서의 주체성조차 분명히 하지 못한 채 살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것을 그들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그들이 우리말과 문화를 잃을 밖에 없었던 이유가 그들의 비극적인 역사에 있기 때문이다. 1938년 가을, 스탈린은 일본과 전쟁을 치르기에 앞서 연해주에 사는 고려인들을 중앙아시아로 이주시키기로 하고 어느 날 새벽에 고려인 지도자 3천명을 불러내어 총살시키고 사흘내로 시베리아 열차를 타게 해서 중앙아시아로 15만 명을 강제로 이주시켰다. 이 과정에서 만 오천 명이 목숨을 잃었다. 우리민족의 해외이주사상 가장 비극적인 사건이다. 그러나 동포들은 황량한 중앙아시아 벌판에 땅굴을 파고 겨울을 견디었고, 그렇게 해서 다시 살아남았다. 그 후 동포들은 그 지역 원주민보다는 잘 살게 되었지만 민족의 지도자들을 다 잃어버리는 바람에 유감스럽게도 우리말과 문화를 유지시키지 못했다. 조선족은 우리말을 하며 한국을 자주 내왕하지만 고려인은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은 바로 이 비극적인 역사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나간 고난의 역사가 고려인에게 안겨준 짐을 그들이 잘 견디어 낼 수 있도록 우리가 도와야 한다. 그래서 그들이 민족의 언어와 문화를 회복하고 민족적 주체성을 가지고 살도록 해야 한다. 물론 우리 정부가 고려인의 한국어 교육을 돕고 있다. 그러나 그 실효는 거의 없다. 한국어를 배워도 쓸데가 없어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재정지원이 아니라 필요성을 느끼도록 해주는 일이다. 
  2년 전 정부는 조선족과 고려인이 입국해서 돈벌 수 있도록 취업관리제라는 제도를 만들어 친척방문으로 입국하면 3년간 일할 수 있게 해 놓았다. 그리고 친척이 없더라도 법무부장관이 특별히 인정하는 동포의 경우 특별대상자로 입국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일부 사할린동포를 제외한 98%의 고려인은 친척이 없어 한국에 오지 못한다. 한국을 내왕해야 민족의식도 되살아나고 말도 배우는데 이들에게는 그러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재외동포법도 이들에겐 무용지물이다. 재외동포법이 고려인을 대상으로 포함시키기는 했으나 호적등본(혹은 제적등본)을 제출해야 법적용을 받을 수 있는데 고려인의 98%는 호적이 없어 이들에게는 재외동포법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번 러시아 한인이주 백사십 주년을 기념해서 한국정부가 고려인에게 반드시 주어야 할 선물이 있다. 그것은 일년에 최소한 고려인 5천명이라도 취업관리제로 한국에 와서 3년간 돈을 벌게 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이 5천명을 선발할 때 한국어시험 성적순으로 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의 고려인 사회에 한국어 붐이 불게 된다. 고려인이면 누구나 한국에 와서 돈벌기를 원하고 있어 밤낮없이 우리말 공부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날이 갈수록 한국어 실력이 향상되어 10년쯤 지나면 고려인 사회가 대부분 우리말을 회복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동포들은 한국에 머물면서 우리말도 더 잘하게 되고, 돈도 많이 벌고, 민족의식도 투철해지고, 잘살려는 의욕도 더 강해질 것이다. 50만 고려인이 우리말과 문화와 민족의식을 되찾을 수 있다면 이것은 무엇과도 비할 수 없는 엄청난 민족의 이익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를 위해 돈이 특별히 들 것도, 법령을 제정할 필요도 없다. 그냥 법무부장관이 정하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한국어시험은 미국의 토플처럼 민간기업이 주관하도록 하면 된다. 그리고 그런 기업은 이미 한국에 존재한다.
 
  이번 노무현 대통령의 모스크바 방문을 계기로 한국이 고려인에게 “한국어시험 성적순으로 매년 5천명 입국”이라는 선물을 주기 바란다.   
 
[이 게시물은 웹지기님에 의해 2012-01-18 18:09:01 칼럼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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