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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시사풍향계 - 서경석 목사
[국민일보 2005-03-13 18:28]
요즈음 시민운동에 대한 논란이 많다. 시민운동의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도처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개중에는 맞지 않는 의견도 많다. 시민운동은 절대로 정부 지원을 받아서는 안 된다든지,진보적 시민운동을 보수의 관점에서 비판하는 것은 꼭 맞지 않는다. 정부가 시민단체에 위임한 사항에 대해 재정지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공정한 심사를 통한 프로젝트 지원은 특정 단체에 대한 특혜적 지원과 구분되어야 한다.
또 시민운동도 보수·중도·진보운동,노사모 같은 정치적 운동,몇 명의 지식인이 뭉쳐서 하는 ‘시민 없는 시민운동’,백화점식 빅NGO 운동 등 얼마든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할 수 있다. 시민운동에 대해 하나의 규격만을 주문할 수는 없다. 왜 이렇게 시민단체가 많으냐 하고 눈살을 찌푸릴 필요도 없다. 매년 시장에서 수많은 기업이 생기고 또 문을 닫듯이 시민운동도 시민사회라는 시장 안에서 수없이 태어나고 또 사라지고 있다.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다.
그렇다면 지금의 논란은 왜 나오는가? 간판 격인 주류 시민운동에 몇 가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원래 경실련이 처음 시민운동을 할 때는 실사구시적 대안 모색,정치적 중립 등의 철학과 방법론을 내걸고 기존의 재야운동과 명확히 선을 그었었다. 그러나 위기에 처한 재야운동이 간판을 바꾸어 시민운동에 재합류하고,386세대가 시민운동의 실무를 장악하면서 크게 변하게 되었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첫째,시민운동이 합리적 대안 모색을 통해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고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기보다는 한편에 치우친 문제 제기에 더 힘을 쏟았고 이로 인해 갈등 조정자가 아닌 갈등 촉발자로 국민에게 비쳐지게 되었다. 둘째,진보의 목소리를 내는 일에 열중하다보니 노동자,농민의 집단이기주의 표출을 견제하지 못하고 오히려 침묵하거나 편드는 길을 택했다. 셋째,노무현 정부 이후 주류 시민단체들은 권력비판 기능을 상실하고 권력을 함께 나누어 갖는 길로 나아갔다. 그렇기 때문에 작년에 노무현 정부가 이념적이고 정략적인 개혁을 밀어붙이다가 국민적 저항에 봉착하고 이 때문에 금년에 경제 살리기와 국민 통합으로 방향을 전환하였는데 이 전환 과정에서 시민단체는 아무 역할을 하지 못했다. 넷째,진보적 시민운동은 미국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비판적이었고 반면에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특히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침묵은 진보의 명분을 크게 훼손시켰고 나아가 보수운동이 커지는 명분을 제공하여 보수-진보의 양극화를 초래했다. 다섯째,겸손하게 국민과 함께 하기보다는 국민 위에 군림하며 권력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예를 들어 지난 낙선낙천운동 때는 법 위에 군림하면서 스스로 판관이 되어 정의의 잣대를 독점했다. 이때부터 시민운동은 편향적이라는 소리를 듣게 되었으며 시민 앞에 나아가 법과 질서를 호소할 수 있는 명분을 잃었고,시민들이 시민운동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무서워하기 시작했다. 시민운동이 옳아서가 아니라 그 파워 때문에 시민이 추종한다면 시민운동은 이미 심각한 위기에 처한 셈이다.
그래서 이제 시민운동은 겸손하고 균형잡힌 운동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시민운동이 스스로 이러한 문제들을 고치지 못하면 새로운 시민운동이 나타나 종래의 운동을 대체할 수밖에 없다. 시민단체의 진정한 힘은 시민의 동의에서 나오는 것이지 권력과의 유착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국민과 언론에도 할 말이 있다. 21세기는 시민운동의 시대다. 전 세계적으로 정당원의 숫자는 계속 줄어들지만 NGO 회원의 숫자는 계속 늘고 있다. 시민운동이 우리 삶의 일부가 되어야 민주주의가 꽃을 피우게 된다. 오히려 우리나라는 시민운동이 너무 빨리 압축성장을 하는 바람에 지금 후유증을 겪는 것뿐이다. 따라서 시민운동이 하루빨리 본연의 자리로 되돌아가서 변함없이 국정의 모든 과정에서 시민 참여를 위한 매개 기능을 감당해야 한다. 시민운동이 문제있다고 해서 시민운동을 도매금으로 매도하고 순기능까지 훼손시켜서는 안 된다.
정부 언론 국민은 이제라도 시민단체를 분별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시민운동의 옥석을 구분하여서 좋은 단체는 크게 키워주고 그렇지 않은 단체는 도태되게 해야 한다. 그래서 정도를 가는 시민운동만 살아남는다는 불문율이 우리 사회에 만들어져야 한다.
서경석목사 기독교사회책임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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