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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 들추기 이제 그만 서경석
최근 김희선 의원의 선조가 독립투사인가 여부에 대한 논란을 보면서 참으로 착찹한 심경을 금할 수 없었다. 과거사 들추기의 종착역은 이처럼 우리 모두를 추하게 만드는 것이로구나 하는 생각 때문이다. 도대체 선친이 독립투사여야 민족정기를 논할 자격이 있고 선친이 일제시대에 면장을 했으면 그런 자격이 없는가? 또 정치인과 사회지도자들은 일제시대에 선친이 무엇을 했는가를 밝혀서 조금이라도 일본에 협조한 사실이 드러나면 그 때문에 리더십이 훼손되어야 하는가? 왜 부모가 한 일 때문에 자식이 고통을 겪고 머리를 들지 못해야 하는가? 우리가 세상에 태어날 때 부모를 선택할 수 있었는가? 우연히 누구는 독립투사의 후손이 되고 누구는 매국노의 후손이 된 것 아닌가? 자기가 독립투사의 후손이면 하나님께 감사할 일은 되어도 사람들 앞에서 자랑할 거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한 발짝 더 논의를 진전시켜 보자. 일제시대에 면장을 한 것이 그렇게 큰 죄인가? 일제를 살아간 사람들 중에 과연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러운 것이 없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어떤 사람은 공부할 기회가 주어져서 관리가 되고 어떤 사람은 그렇지 못해서 평범한 백성으로 살지 않았을까? 일부는 해외로 나가 독립운동을 할 수 있었지만 대부분의 국민은 어쩔 수 없이 일제에 협력하며 살 수 밖에 없지 않았는가?
역사바로세우기는 꼭 필요하다. 잘못 기술된 역사는 반드시 고쳐져서 바르게 기술되어야 한다. 지나치게 미화된 역사도 고쳐야 하고 부끄러운 과거도 정직하게 기술되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도 당당하게 일본과 중국의 역사왜곡을 비판할 수 있다. 그리고 특별히 지난날의 잘못된 역사로 아직도 원한이 맺혀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억울함은 반드시 풀어져야 한다. 또 선친의 불명예가 자손에게 상속되지 말아야 하는 것처럼 조국을 팔아넘긴 대가로 확보한 매국노의 거대한 땅이 그 자손에게 상속되는 것도 옳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바로세우기가 개개인의 과거사 들추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지난날 우리사회가 좌익 연좌제로 큰 고통을 겪었는데 이번에 다시 친일연좌제로 고통을 겪어야 한다면 이처럼 한심한 일은 없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그것은 역사바로세우기가 순수하게 진행되지 않고 정치인들이 이를 정략적으로 이용했기 때문이다. 특정인을 음해하기 위해 과거사를 들추는 것으로 비쳐지니까 ‘너도 조상이 시원치 않기는 마찬가지인데 왜 상대방을 비방하려 하는가?’하고 문제제기하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폭로하는 사람이나, 방어하는 사람이나, 구경해야 하는 사람들이 다같이 한심해지고 추해지는 것이다.
과거사를 미주알고주알 다 들추어내는 것만이 역사바로세우기는 아니다. 당시 상황에서의 “어쩔 수 없음”도 이해할 줄 알고 또 사소한 흠은 눈감고 넘어갈 수도 있어야 한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지난날의 군사독재에 대해 피의 보복을 하지 않고 민주화로 이행한 나라다. 피의 보복이 없었던 것은 감사하고 다행스러운 일이지, 이를 ‘역사를 바르게 세우지 못한’ 것으로 볼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번에 일제시대뿐만 아니라 좌익의 잘못도 들추자고 한다. 그렇게 되면 우익의 잘못까지도 들추어야 하는데 그렇다면 6.25전쟁 때 서로 상대방을 죽였던 불행한 역사를 이제 와서 다 까발리자는 말이 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지금 이 상황에서 도대체 무슨 이익이 된단 말인가?
정치권은 이제라도 크게 반성하고 현명한 수습책을 강구해야 한다. 역사바로세우기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생각을 버리고 ‘추한 과거사 들추기’를 다시 ‘의미있는 역사바로세우기’로 되돌려야 한다. 그래서 우리국민이 개인사 들추기를 뉴스로 들어야 하는 이 지겨운 고통을 더 이상 겪지 않게 해야 한다. [이 게시물은 웹지기님에 의해 2012-01-18 18:09:01 칼럼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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