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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권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입장, 적절한가?
서경석 기독교사회책임 공동대표
1. 그동안 국가인권위원회가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침묵을 지켜온 점 때문에 국민의 지탄의 대상이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지난 12월 11일의 <북한인권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입장>발표는 국가인권위원회가 변화된 모습을 보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발표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나름대로 애쓴 노력이 담겨 있다. 이번 <입장>에서 다음과 같은 점들은 긍정적인 점들이다. 1) 인권보호는 국가의 존재의의이자 기본임무임을 밝힌 점 2) 한국정부는 북한 인권개선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할 의무와 근거가 있음을 밝힌 점 3) 한국정부의 역할에서 인권의 보편성이 존중되어야 함을 지적한 점 4) 제62차 유엔총회 북한인권 결의안에 한국정부가 찬성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점. 5) 정부는 모니터링 프로그램을 포함한 구체적인 방안을 수립하고 동시에 이와 관련된 문제에 대한 북한의 책임있는 자세를 강력히 촉구해야 함을 밝힌 점. 6) 정부는 재외탈북자들이 처한 심각한 인권침해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적극적인 외교적 노력과 이들의 인권을 보호할 제도적 장치 마련해야 함을 밝히고 탈북자들이 인권피해자이므로 강제송환되지 않도록 외교적 노력을 최우선적 과제로 설정해야 함을 주장한 점. 나아가 탈북자가 많이 체류하는 국가의 한국정부 공관에 탈북자 관련 업무담당자를 확충할 것을 권고한 점. 7) 새터민에 대한 인권보호대책 마련을 촉구한 점 8) 이산가족, 국군포로, 납북자문제 등 인도주의 사안을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요구한 점 9) 정부는 납북자 가족 지원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국군포로, 납북자 문제 관련부서의 전담인력을 확충할 것을 권고한 점 10) 정부가 북한인권 실상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함을 권고한 점 11) 위원회의 과제로 북한인권 개선과 관련해서 정부에 대한 권고, 국제인권기구 및 국내외 NGO와의 교류협력을 계속하고 실태조사, 정책연구 등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할 예정임을 밝힌 점 2. 그러나 지난 3년 8개월 동안 북한인권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실태조사와 해외현지조사, 등 일련의 조사연구와 학계 및 단체관계자, 관계당국, 몇몇 국가大使를 비롯한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수렴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온 점을 감안하면 이번 <입장>은 빈약하기 짝이 없다. 이 <입장>에서 북한 인권상황에 대한 언급은 “공개처형, 정치범수용소, 송환된 탈북자의 처우 등 인권침해 문제가 지적된바 있다”는 지적과 “북한인권상황이 우려할만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부인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전부이다. 그런데 <입장>이 이와 같이 지적도 하고 평가도 할 것이었다면 이렇게 빈약하게 할 것이 아니라 최소한 유엔인권위나 유엔 총회수준만큼은 했었어야 했다.
3. 국가인권위원회법 4조 및 30조의 해석상 북한인권 문제가 조사대상에 포함될 수 없다는 점은 이번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입장>의 빈약함을 설명하는 근거가 되기에는 논리가 턱없이 약하다. (1) 남북기본합의서나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이 북한을 통일과정의 잠정적 특수관계로 규정하고 7.4공동성명이나 6.15선언이 남북한을 상호인정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고 국가인권위원회법을 감안할 때 북한인권문제를 조사대상에 포함될 수 없다고 밝힌 점은 법률적으로 근거가 있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인권위원회가 이 조항에 매달려 면피하려 한 것은 옳지 않은 일이었다. (2) 헌법 3조의 영토조항을 구태여 언급하지 않더라도 한국은 북한과의 경제거래를 내부자 거래로 간주하고 관세를 철폐하고 있다. 이 점은 정부가 이중잣대를 가지고 필요할 때마다 그중의 하나를 선택해 왔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한 이점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얼마든지 북한인권문제를 다루는 방향으로 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3) 실제로도 이번 <입장>에서도 북한인권상황에 대한 외부의 지적을 언급했고 또한 북한인권상황에 대한 평가를 빈약하나마 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러한 방식으로라도 얼마든지 북한인권문제를 말할 수 있었다. (4)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03년 3월 입장발표를 통해 이라크전쟁에 대한 반대를 천명하고, 이라크의 인권문제를 미국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것에도 반대했다. 그리고 “걸프전 이후 수십만명에 달하는 이라크 민간인들이 질병과 기아로 사망했다. 그해 2월 13일 미군이 바그다드의 한 공습대피소에 떨어뜨린 폭탄에 희생된 민간인 400명 가운데 300명은 어린이였다. 또한 9.11 테러에 대한 보복공격으로 시작된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도 무려 13,000여명의 민간인이 희생됐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이번 국가인권위원회의 설명에 따른다면 이라크 전쟁에 관한 입장발표는 국가인권위원회법 4조 및 30조의 위반임이 명백하다. 결국 국가인권위원회는 필요에 따라 이중잣대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5) 더 중요한 점은 한국국민의 상식으로는 국가인권위원회가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침묵을 지키는 것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더욱이 우리가 북한을 잠정적 특수관계로 본다면 더욱더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러한 국민정서를 감안해서라도 북한의 경우 국가인권위원회법 4조와 30조를 적용할 때 관세철폐의 경우와 같은 내부관계로 해석했어야 했다. (6) 더욱이 국가인권위원회는 국군포로, 납북피해자, 이산가족, 새터민의 문제는 대한민국 국민이 직접적인 피해당사자이므로 이들 개별적 인권사항을 다룰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번 3년 8개월 만에 나온 입장발표에서 국군포로, 납북피해자, 이산가족, 탈북자의 인권침해문제를 상세하게 다루었어야 했다. 그리고 그러한 방식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북한인권문제를 언급할 수 있었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일들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은 국가인권위원들의 빈약한 인권의식 탓으로 돌리지 않을 수 없다.
4. 국가인권위원회는 북한인권문제를 다룸에 있어서 원칙론적 입장과 현실론적 입장을 상황에 따라 자의적으로 선택하고 있다. (1) 그동안 국가인권위원회는 기본적으로 원칙론적인 입장에서 인권상황에 대한 판단을 해 왔다. 이점이 국가인권위원회의 존립근거이기도 하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원칙론적인 입장을 취하지 않으면 다른 부처와의 차별성이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인권에 대해서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철저하게 현실론적인 입장에 섬으로써 국가인권위원회의 평소의 입장을 배반했다. (2) 국가인권위원회는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하는 가운데 북한인권의 개선노력이 경주되어야 함”을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북한인권에 대한 논의가 남북관계의 특수성과 동북아 정세의 측면에서 볼 때 자칫 사회적 갈등과 외교적 마찰을 야기할 소지도 안고 있음”을 지적함으로써 논의자체도 조심스럽게 진행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북한인권문제의 접근에 있어서도 “한반도 현실에 대한 냉철한 인식 하에 북한사회와 인권에 대한 올바른 이해에 기초하여 평화적이고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입장은 통일부나 외교통상부에게는 적절할 수 있으나 국가인권위원회에는 맞지 않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북한인권문제에 있어서도 원칙적인 입장을 밝혀야 한다. 일단 원칙을 분명히 해야 통일부가 이를 현실적인 방식으로 대처해 갈 수 있다. (3) 반면에 국가인권위원회는 대북 인도적 지원에 관해서는 지나칠 정도로 원칙적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인도적 지원을 정치적 사안과 분리하여 생존권보장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북한주민의 생존보다 더 절박하고 중요한 인권의 본질적 사안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더욱이 “북한 미사일발사나 핵실험에 정부의 엄중한 대처가 필요하나, 그러한 대처는 북한주민의 생존권을 볼모로 하는 방식으로 행해져서는 안 된다.”고 밝혀 핵실험에 대한 정부의 엄중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해서 식량지원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더욱이 식량난 해결을 위한 근본대책까지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입장은 과연 국가인권위원회가 북핵을 폐기시켜야 한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가하는 의문조차 들게 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북한인권문제는 상황적으로 대처하고 인도적 지원은 무조건적인 원칙론적 입장을 강조하는 것은 이중잣대를 자의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국가인권위원회가 특정한 이념적 경향에 사로잡혀 있다는 의심을 주기에 충분하다. 원칙론을 강조하려면 북한인권 침해문제에 대해서도 동일한 입장을 취했어야 했다.
5. 국가인권위원회가 정부 각 부처의 인권침해문제를 가차 없이 지적해 온 것에 반해 한국정부의 대북관계에 대해서는 일체의 문제제기가 없었고 나아가 지나치게 편향적으로 평가하였다. (1) 국가인권위원회는 “정부가 남북한 당국간의 대화와 협력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목표로 북한인권정책을 포함한 대북정책을 추진한 점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동시에 유엔총회 찬성투표에 대해서도 인권개선에 대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긍정적으로 이해하였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이러한 평가는 잘못되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의 보편적인 규범에 대한 일관된 관점을 견지하고 있다면 마땅히 한국정부가 생존권문제에는 관심이 깊었으나 자유권의 문제에는 관심이 부족했음을 지적했어야 했다. (2) 한국정부는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목표로 북한인권정책을 포함한 대북정책을 추진한 것이 아니라 북한인권문제를 외면한 댓가로 한반도의 평화를 얻어내려는 잘못된 목표를 추구한 것이었다. 이번 국가인권위원회가 취한 대북문제에 대한 상황적인 판단기준을 가지고 보더라도 한국정부의 태도는 훨씬 미흡한 것이었다. 따라서 국가인권위원회는 한국정부의 그동안의 노력이 북한인권문제를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데 전혀 기여하지 못했음을 지적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북한인권문제 개선을 동시에 추구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어야 했다. (3) 더욱이 국가인권위원회는 원칙론적으로 인권침해를 지적하는 기구이다. 그런 인권위원회가 스스로도 마땅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표명한 국군포로, 납북피해자, 새터민 등의 문제에 대해 한국정부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일체의 지적 없이 무조건 정부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은 잘못되었다. (4) 더욱이 국가인권위원회가 한국정부의 62차 유엔총회 찬성투표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 그동안 현 정부가 찬성투표를 던지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지적했어야 했다.
6. 결론: 정부의 역할과 국가인권위원회의 역할은 달라야 한다. (1) 우리는 정부의 역할이 첫째 인권의 보편성이 존중되어야 하고, 둘째 북한 인권개선은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야 하며, 셋째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논의와 접근은 북한 인권상황을 실질적으로 개선시키는데 목표를 두어야 하며 넷째 정부차원활동과 시민사회활동이 상호보완적이어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주장에 동의한다. 그러나 그동안 한국정부는 인권의 보편성을 왜곡해서 이를 사회권 내지 생존권으로 축소시키고 평화적인 방법으로조차도 인권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으며 북한인권상황을 실질적으로 개선시키기 위해 전혀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2) 한국정부가 좀 더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일할 수 있도록 여건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도 국가인권위원회의 적극적인 역할이 있어야 한다. 법률적인 제약을 이유로 북한인권문제를 회피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이미 이라크 전쟁 등 다른 전례도 있을 뿐만 아니라 북한과의 거래에 관세를 철폐한 것과 같은 확실한 근거도 있다. 더욱이 한국은 개성공단의 제품을 한국산으로 해줄 것을 미국에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한국의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마땅히 북한인권문제를 국가인권위원회가 다루어야 한다. 꼭 법률적인 제약이 문제라면 이를 법개정 노력까지도 해야 한다. 그래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원칙적인 입장에서 북한에서 무슨 인권침해가 있는가를 명확하게 정리해 주어야 한다. 이점이 국가인권위원회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문제를 다루어나가는 과정에서 기여해야 할 몫이다. 이번 <북한인권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입장>는 이점에서 대단히 미흡하다. 우리는 국가인권위원회가 가까운 시일 내에 탈북자의 인권, 피납자, 국군포로의 인권문제를 중심으로 두 번째 입장발표가 있기를 기대하며 그때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상세한 지적과 아울러 정부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지적이 있기를 희망한다. [이 게시물은 웹지기님에 의해 2012-01-18 18:14:02 칼럼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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