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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진관교수의 발제에 대한 답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진보, 보수의 협력 가능성 모색
서경석 목사
1. 통일, 북한붕괴
1) 우리나라가 통일을 추구할 때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 식을 주장해서가 아니라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가 인류사회의 보편적인 흐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한 통일을 추구한다고 해서 흡수통일이라고 보아서도 안 된다. 요즈음에 와서는 흡수통일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거의 없다. 아예 통일자체에 대해 매우 신중하기 때문이다. 2) 설사 북한붕괴라는 돌발사태가 발생해도 성급하게 통일하면 안 된다. 북한은 북한대로 계속 사회주의 경제로 가면서 중국처럼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로 완만하게 이행된 후에 자본주의로 가야지, 독일이나 소련처럼 가면 안 된다. 통일의 과정은 북한이 완전히 변화한 이후에나 가능하다. 그 전에 무리하게 통일하면 나라에 대혼란이 온다. 3) 북한체제가 붕괴한다고 해서 북한동포들이 불행하게 되는 것도, 한국에 큰 고통이 오는 것도 아니다. 그런 사태가 도래한다고 해서 한국이 모든 짐을 떠맡게 되는 것도 아니다. 지금 북한 식량난문제에 유엔이 앞장서는 것과 같이 국제사회 전체가 이 문제에 대처하게 된다. 또 붕괴 이후의 체제는 중국의 영향권 내에 있을 가능성이 크므로 한국, 중국, 그리고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대처하게 될 것이다. 4) 한국정부나 한국의 주류사회가 북한붕괴를 공개적으로 획책하면 한반도의 전쟁억제나 교류협력이 실현되지 못하게 된다. 한국정부의 일차적인 과제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정부는 한반도의 평화유지와 북한인권 문제 개선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이점은 한나라당이 집권해도 마찬가지다. 한나라당도 당연히 북한의 실체를 인정하고 교류협력에 앞장설 것이다. 다만 무조건 퍼주기가 아니라 압박정책, 채찍정책도 함께 쓰면서 균형을 유지하는 점이 과거와 다를 것이다.
2. 북한인권 5) 북한인권문제가 심각하다고 해서 한국이 북한체제를 무너뜨리는데 앞장설 수는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대북압박, 그리고 positive incentive 정책(인권개선을 하면 지원을 대폭 늘리겠다는 제안)을 통해 북한인권을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일이 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전쟁위험이 높아진다. 이러한 나의 생각 때문에 나는 종종 탈북자들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의 입장과 탈북자의 입장 사이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북한체제에 대한 입장은 명확히 밝혀야 한다. 북한체제가 변화되지 않으면 북한인민들은 엄청난 고통을 계속 겪어야 한다. 6) 체제붕괴를 위해 북한인권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그렇게 하면 인권문제는 잘 개선되지 않는다. 북한이 인권개선을 하고 경제개혁을 하는 것이 체제유지의 길임을 깨닫게 해 주어야 한다. 나는 햇볕, 포용정책을 반대하지 않으며 교류협력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북한이 핵실험까지 한 상황에서도 햇볕정책만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 햇볕정책과 압박정책, 당근정책과 채찍정책을 함께 써야 한다. 이 방식이 당장에는 어렵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빠른 방식이다.
3. 북한핵
7) 개성공단의 제품들을 made in Korea로 인정하는 문제는 핵실험이 없었더라면 미국의 양보를 받아낼 수 있었던 사안이었지만 지금은 불가능할 것이다. 지금은 북한핵 폐기문제가 다른 어느 문제보다 우선한다. 북핵 위협 아래서 굴종적으로 살아서는 안 된다. 북핵이 폐기되어야만 남북이 신뢰를 가지고 상호번영을 향해 갈 수 있다. 8) 대북지원은 북한의 모든 분야를 한국에 의존적으로 만든다는 점에서 전쟁위험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북 지원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핵폐기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꼭 필요한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인도적 지원을 유보해야 한다. 즉 대규모 餓死를 방지하기 위해 북에 옥수수가루를 보내는 일, 저능아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이유식과 결핵약 등을 보내는 일을 계속해야 하지만 그 외의 지원은 중단해야 한다. 9) 북한의 핵 실험 이후에 남한국민이 동요치 않은 모습, 그리고 외환사정과 주식시장이 안정적인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국민이 동요하지 않을 때 정신적으로 강해서 동요하지 않을 수 있고 반대로 안보불감증으로 동요하지 않을 수 있다. 우리는 前者여야 한다. 그런데 김대중씨는 햇볕정책만으로 북핵을 포기시킬 수 있다며 한국국민의 귀에 듣기 좋은 말만 하면서 우리국민을 안보불감증의 깊은 잠에 빠지게 하고 있다. 이것은 잘못되었다. 우리는 처칠이나 케네디같은 의지의 정치인을 원한다. 그래서 압박정책, 채찍정책을 쓸 수 있어야 북핵을 포기시킬 수 있다. 10) 대북관계와 관련하여 우리사회에 세 부류가 존재한다. 첫째 부류는 당근정책만 지지하면서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침묵을 지키는 진보세력이고 둘째 부류는 채찍정책만 지지하는 극우세력이고 셋째 그룹은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중도 혹은 중도우파 그룹이다. 그러나 정부가 끝까지 첫 번째 입장을 견지하면 중도세력은 극우세력과 함께 이를 비판하는 운동을 할 수 밖에 없다. 극우가 주는 해독보다 진보가 주는 해독이 더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전적인 언어를 쓰면서 반북한 운동을 벌이는 사람들”이 나는 개인적으로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전략적인 사고를 하지 못할 뿐이다. 그분들은 아무리 김정일 체제가 악독하더라도 우리가 그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나설 수는 없고 우리는 전쟁억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그 정권과 대화하고 협력할 수 밖에 없음을 인식해야 한다. 11)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점은 기필코 북핵을 포기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우리도 미국의 핵우산 아래로 들어가든지 핵개발을 하든지 해야 한다. 또 일본과 대만의 핵무장을 막을 길도 없어진다. 반대로 북핵이 포기되면 한국민은 전폭적으로 대북지원에 나서게 되고 남북한 공동번영의 길이 열리게 된다. 이 때문에 지금은 햇볕정책만 쓸 것이 아니라 압박정책을 함께 써야 하고 당근과 채찍을 함께 써야 한다. 그렇게 해서 기필코 북핵을 포기시켜야 한다. 나는 우리나라 진보세력이 북핵 아래서 핵의 인질로 살아가려고 생각하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 또 나는 6.15 공동선언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대화와 협력이 있어야 전쟁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원하는 대화와 협력은 핵의 인질이 되어 인질범과 대화하는 그런 대화가 아니라 핵의 인질에서 벗어나서 동등한 위치에서 하는 대화와 협력이다. 그리고 이것은 반드시 가능하다.
4. 남북한 공동번영 12) 남북한의 연대와 신뢰회복을 통한 공동번영의 길은 당연히 좋은 방향이다. 그러나 이 길이 가능하려면 북핵이 폐기되어야 하고 적화통일 의도가 완전히 청산되어야 하고, 북한인권이 개선되어야 한다. 이것 없이는 연대도 신뢰회복도 되지 않는다. 공동번영의 길이 현실성이 약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아가 꼭 북한과 연대해야만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생각도 설득력이 약하다. 13) 지금 우리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다. 곧 고령사회로 진입하기 때문에 그전에 선진국으로 가야 한다. 그러려면 앞으로 10년 내지 15년 밖에 없다. 이 기간 내에 통일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설사 북한붕괴가 이루어지더라도 상당기간 동안 별개의 나라로 가야 한다. 게다가 이번 북한 핵으로 남북 신뢰관계가 파탄이 났다. 이 상태에서 북한과의 연대가 한국의 경제발전에 결정적인 도움이 되게 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제까지 한국은 막대한 국방비를 쓰면서도 경제가 잘 성장해 왔다. 앞으로도 우리나라는 북한과의 연대 없이도 얼마든지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다. 오히려 보수세력은 김정일-김대중-노무현이 연대하여 엄청난 사건을 꾸밀까 보아 걱정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나라의 좌파세상이 되어 안보는 파탄 나고 경제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14) 첫째 북한이 핵을 폐기하고, 둘째 한미연합사 해체가 중단되어 국가안보에 대해 안심할 뿐만 아니라 더 많은 국방비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고 셋째 북한인권문제가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것을 우리는 간절히 원한다. 이렇게만 되면 다시 금강산관광도 하고, 개성공단에도 열을 올릴 수 있고 획기적인 경제지원도 할 수 있게 된다. 공동의 꿈을 얼마든지 꾸어도 된다. 그러나 이런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남북연대를 통한 공동번영은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 15) 우리는 한국이 최소한 연6%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불가능한 수치가 아니다. 동남아의 몇몇 국가도 이 정도는 충분히 성장하고 있다. 지금 한국이 성장하지 못하는 것은 정부가 국민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주지 못하고, 기업을 경시하고, 노사관계가 선진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5백조 원이라는 돈이 투자처를 찾지 못한 채 허공을 맴돌고 있다. 내일에 대한 희망이 있으면 이 돈은 당연히 산업에 투자될 것이다. 북한에 대한 투자가 한국경제에 돌파구가 될 가능성이 있지만 지금의 북핵상황에서는 이것은 가능하지 않다. 16) 남한의 선진화를 한반도 전체의 틀에서 이해하자는 제안이 좋은 것이지만 지금은 그 말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할 것이다. 북핵문제, 인권문제 등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전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의 해결 없이 추구되는 평화는 거짓평화, 가짜평화다. 이런 문제를 적당히 덮고 가면 후에 반드시 역풍이 불어 결국은 正道를 걷는 것보다 더 늦어진다. 북핵이 폐기되고, 인권문제가 개선되면 남한이 획기적인 경제지원을 하게 되고 북한체제를 보장할 것이고 신뢰도 회복될 것이다. 북핵문제의 해결 없이 북한과의 공동번영은 없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북핵을 폐기해야 한다. 우리나라 진보세력이 북핵의 인질로 살면서 남북평화를 도모하자는 식으로 보수세력을 설득하려고 한다면 그 노력은 헛된 것이 될 것이다.
5. 기타 잇슈들
17) 필자가 북한 봉수교회를 가짜라고 말했다고 해서 보수세력은 필자를 향해 이제야 서목사가 전향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것은 내 생각이 아니다. 내가 봉수교회를 가짜라고 말한 이유는 그것이 가짜이기 때문이지 내가 보수로 전향했기 때문이 아니다. 가짜교회를 상대로 모색하는 화해는 거짓화해다. 나의 발언으로 남북 사이에 불신이 깊어지는 것이 아니다. 거짓대화, 거짓화해를 깨고 진실된 대화를 시작하는 계기를 제공한 것이다. 지난 18년간 봉수교회는 가짜였는데 그 만큼 속았으면 되었지 앞으로 얼마나 더 속겠다는 것인가? 봉수교회가 정말로 진짜인가의 여부가 중요해야지 그 발언이 어떤 파장을 미치는가가 중요해져서는 안 된다. 서목사가 이 말을 해서 남북관계에 타격을 주었다고 비판할 것이 아니라 봉수교회가 진짜라는 증거를 대야 한다. 18) 자유주의적 시장주의에 의한 경제발전이 민중의 수탈과 희생을 전제로 한다는 생각은 매우 낡고, 현실과도 맞지 않는 생각이다. 경제가 발전하면 일자리가 늘어나고 빈부의 양극화문제도 개선된다. 이것이 그간의 우리나라 경제현실이었다. 오히려 노무현정부가 들어선 이후에 빈부의 양극화는 더욱 악화되었다. 19) 한국이 어느 정도 독자적으로 외교를 하게 된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종속외교”를 무조건 비판해서는 안 된다. 이승만대통령과 박정희대통령은 겉으로 보면 종속외교였지만 내용적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또 일본외교를 대미 종속외교라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문제는 어느 방식이 실리를 극대화하는가에 있다. 독자외교가 실리를 줄 때가 있고 종속외교가 실리를 줄 때가 있다. 우리가 노무현 정부를 포퓰리즘으로 비판하는 이유는 獨自운운 하다가 실리를 다 놓쳤기 때문이다. 20) 사립학교법 재개정 문제에 대해서 진보진영이 무관심한 것은 참으로 유감이다. 사학재단의 비리와 부조리는 현행제도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문제는 사학비리를 이유로 사학의 자율이 심각하게 유린되고 있는 점이다. 또 고교평준화 때문에 돈 많은 집안의 자제들만 과외를 많이 해서 명문대에 진학하고 있다. 평준화가 오히려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옛날의 경기고, 서울고, 경복고가 있을 때에는 지방의 가난한 수재들이 이들 명문고를 통해 서울대에 훨씬 더 많이 들어갔다. 교육문제는 별도로 다시 토론하기를 희망한다. 21) 옳은 방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인기 혹은 이익에 부화뇌동하여 나라가 잘못된 방향으로 갈 때 이를 포퓰리즘이라고 한다. 공주, 연기군의 행정도시 건설은 그야말로 충청권의 표를 노린 인기영합적 정책이었다. 행정부를 둘로 쪼개어 반만 행정도시로 가면 행정부의 비효율은 극대화된다. 또 그렇다고 해서 수도권 인구집중 완화에 기여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이를 포풀리즘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수도분할 반대운동은 이 포퓰리즘에 반대하는 운동이었다.
6. 보수와 진보의 연대가능성
22)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보수와 진보가 연대할 수 있다면 이는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그런데 그러려면 세 가지 전제가 있어야 한다. 첫째는 진보그룹 역시 선진화를 지향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이를 분명히 하는 진보세력과는 대화와 연대가 충분히 가능하다. 선진화의 내용에 대한 토론은 얼마든지 같이 할 수 있고 차이를 극복해 갈 수 있다. 두 번째로 친북좌파세력과 단절해야 한다. 맥아더동상을 허물려던 세력은 친북좌파라는 말 이외에 다른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 이 세력이 나라를 온통 뒤흔들고 있다. 전교조, 민노총, 민노당, 한총련, 전농, 범민련, 통일연대, 민중연대가 이 부류에 속한다. 이들과 생각이 다른 진보그룹도 많이 있지만 친북좌파세력과 선을 긋지 않아 일반국민에게는 같은 부류로 비쳐지고 있다. 세 번째는 누차 말하지만 북핵반대라는 입장이 분명해야 한다. 23) 만일 이러한 전제에 동의한다면 그 다음부터는 할 일이 많아진다. 한 그룹이 압박정책과 햇볕, 포용정책을 동시에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필자도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공동대표직을 결국은 포기했다. 우리야 대북 인도적 지원과 북한 인권문제 제기를 같이 하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큰 방향이 같으면 서로 역할분담을 해야 한다. 압박그룹과 대화그룹이 서로 대화하고 협력하고 역할분담을 해야 한다. 교활한 북한과 대처하려면 우리도 교활해져야 한다. 남북대화와 대북압박 중 하나만 선택하려는 것은 정답이 아니다. [이 게시물은 웹지기님에 의해 2012-01-18 18:14:02 칼럼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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