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태야, 혜영아! 다시 묻는다. 너희는 정말로 북핵을 반대하고 있니?
인태야, 혜영아! 작년 5월, 너희 둘에게 계급장 떼고 반말로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 1년 4개월이 지난 지금에 와서 내가 다시 너희들에게 반말로 이야기를 하는 것을 용서해 주렴. 작년에 나는 너희들에게 너희가 정말로 북핵을 반대하고 있는지 질문했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북한 핵실험이 이루어진 지금에 와서 다시 너희들에게 너희가 정말로 북핵을 반대하는지를 질문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구나. 지금 너희들에게 다시 편지 쓰면서 작년에 쓴 편지를 다시 읽어보았다. 그랬더니 이미 그 편지에 오늘 하고 싶은 말들이 상당부분 다 있더구나. 그렇지만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너희들에게 또 다시 내말을 전하고자 한다.
요즈음 보니 열린우리당은 북핵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더구나. 북핵을 악착같이 폐기하겠다는 생각이 없더구나. 이대로 살자는 생각이 너무도 분명하더구나. 악착같이 북핵을 반대한다면 핵보유 시에는 남북관계는 끝장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북에 보냈어야 했는데 한국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한국은 핵실험을 할 때에는 남북교류, 인도적 지원, 경제협력 등 모든 것을 중단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어야 했다. 그런데 지금 북이 핵실험을 했는데도 한국정부는 남북교류, 인도적 지원, 경제협력, 그 어느 것도 중단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북한의 김정일은 지금쯤 자기들이 핵실험하기를 너무도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국은 북한당국의 예상대로 분노 한 번 제대로 터뜨리지 못하고 있으니 북한은 한국정부가 충실하게 '장군님'의 말씀을 따르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북핵문제는 대화로 풀어야 하고 포용정책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별히 김대중씨는 북미대화가 중요하다고 말씀하신다. 이점은 나도 찬성이다. 북핵문제를 대화로 풀어야지, 군사적인 해결책을 강구하면 절대 안 된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햇볕정책이든, 포용정책이든 교류협력을 해야 한다. 또 미국과 북한이 당사자국이라면 이들이 서로 대화해야 한다. 이점에서 전혀 이의가 없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당근정책만 가지고서는 절대로 북한핵을 폐기시킬 수 없다는 점이다. 채찍정책이 같이 있어야 한다. 더욱이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난 후에는 마땅히 분노를 터뜨려야 한다. 한편에 분노, 다른 한편에 대화가 있어야 한다. 원래 대화란 분노를 터뜨리기도 하고 공손하게 말하기도 하는 법이 아닌가? 노조가 회사와 협상하기 전에 교섭력을 높이기 위해 파업도 하지 않는가? 더욱이 대화란 동등한 위치에서 하는 것이다. 북한은 핵위협을 하고 우리는 핵의 노예라면 이 양자 간에 대화는 불가능하다. 상명하복의 관계, 굴종의 관계일 뿐이다. 굴종의 관계를 대화의 관계로 바꾸려면 우리는 분노할 수 있어야 한다.
오늘 나는 서울조선족교회에서 설교하면서 교인들의 생각을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3백명의 출석교인 중에 한국이 포용정책과 대화만으로 북핵을 폐기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한명도 없더라. 당연하지 않니? 당근과 채찍이 반드시 함께 가야한다. 채찍이 있어야 당근이 효력을 낸다. 그런데 김대중씨는 요즈음 강연을 다니면서 경제재제를 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햇볕정책과 대화로 충분히 핵을 포기시킬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도대체 말이 되는 이야기인가? 정상적인 국가 사이에서도 당근과 채찍이 필요한데 사악하기 그지없는 김정일 정권을 상대로 당근만으로 변화를 유도해 낼 수 있다는 말을 우리보고 믿으란 말인가? 우리 조선족 동포들 중 단 한사람도 김대중씨 주장에 동의하지 않은 것이 나는 너무 고맙다.
나는 그동안 김대중씨가 훌륭한 정치인이라고 생각해 왔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그런 생각을 더 많이 했다. 노무현정부에 대해 크게 실망한 탓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나는 김대중씨에 대해 너무 실망했다. 정치인은 정직해야 한다.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에는 영국의 처칠처럼 국민에게 피와 땀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국민으로 하여금 문제를 정면으로 바라보게 하고 국민과 함께 어려움을 헤쳐나가야 한다. 그런데 김대중씨는 겉으로는 평화의 전도사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국민의 귀에 거슬리는 채찍은 말하지 않고 당근으로 가능하다, 대결없이도 가능하다는 귀에 듣기 좋은 달콤한 말로 유혹하여 대화만으로 북핵을 폐기시킬 수 있을 것같은 환상을 심어주고 우리국민을 더 심한 안보불감증에 빠지게 하고 있다. 나는 이러한 거짓예언의 확산 현상을 우리 교인들의 반응에서 본다. 모든 교인이 당근만으로, 대화만으로는 북한이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과반수가 북핵문제는 분노로 풀 것이 아니라 대화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동포들이 텔레비전을 통해 그런 방식으로 세뇌되고 있는 것이다. 거짓예언자들의 잘못된 메시지가 국민으로 하여금 현실을 회피하게 만들고 있다.
핵실험문제가 부각되면서 케네디대통령이 자꾸 생각난다. 케네디는 3차대전을 각오한 해상봉쇄가 아니고서는 큐바에 소련미사일이 배치되는 것을 막을 길이 없다고 판단하고 이 결단을 내렸다.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때로는 이런 심각한 결단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평화는 오지 않는다. 위기가 왔는데도, 핵실험까지 했는데도 ‘괜찮다, 괜찮다. 개성공단이든 금강산 관광이든 모두 계속하자’는 태도를 가지고 어떻게 북핵을 폐기시킬 수 있단 말인가? 차라리 열린우리당은 북핵의 위협 하에서 살기로 결정했다고 말하는 것이 낫다. 케네디 대통령의 해상봉쇄와 같은 결연한 행동까지는 우리가 못한다고 치자. 금강산관광이나 개성공단은 얼마든지 중단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이것은 돈을 모아 주던 일을 당분간 중단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하는 것은 도발도 아니다. 핵실험에 대한 우리의 분노를 표현하는 최소한의 방식일 뿐이다. 그런데 열린우리당은 이것도 못하겠다는 것인가?
인태야 혜영아. 정직하게 말해다오. 너희는 정말로 북핵을 포기시키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니? 만일 의지가 있다면 국민 앞에 북핵을 포기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을 설득력있게 제시해야 하지 않니? 이를 테면 다음과 같은 생각들이다. 첫째 북의 핵포기가 충분히 입증될 경우 한국은 핵개발 비용의 몇 배에 달하는 규모의 경제원조를 북에 제공하고 북한 체제의 보장을 약속하기. 핵 폐기 시의 대북지원은 얼마든지 커도 좋다. 둘째 북이 핵포기 과정을 밟지 않으면 우리가 북에게 제공해 온 지원들을 일체 중단하기. 여기에는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교류협력, 인도적 지원을 전부 포함해야 한다. 셋째 머지않아 북한에서 대규모 餓死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것만큼은 막아야 하므로 옥수수 가루를 지원하기(옥수수가루는 저장성이 낮아 반드시 하층 주민에게 배급된다.) 그리고 그 외에 결핵약, 어린아이를 위한 이유식 등 생명과 관련된 최소한의 지원을 하기. 넷째 한미연합사 해체 카운트 다운 중단. 북핵과 북한미사일로 남북간 군사적 균형이 심각하게 깨졌을 때에는 당연히 한미연합사 해체작업을 중단해야 하는 것 아니니?
그동안 우리의 대북프로그램은 작은 채찍과 작은 당근, 그리고 식량지원 중단이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채찍도 커지고 당근도 커져야 한다. 그리고 지난 97년과 같은 대규모 餓死사태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 그래서 대북정책 하나하나가 확실한 메시지를 담고 있어야 우리의 진심이 북에 잘 전달될 것이다.
인태야 혜영아. 그런데 만일 열린우리당이 이러한 의지가 없다면 너희들 뭐하러 그곳에서 국회의원을 하니? 젊은 시절, 우리가 목숨 바쳐 민주화 투쟁에 나섰던 이유가 나라사랑의 마음 때문이었지, 권력을 향유하기 위함이 아니지 않았니? 왜 구차스럽게 권력에 집착하니?
인태야 혜영아. 만일 내 생각이 잘못되었다면 제발 나를 깨우쳐 주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요즈음 서경석이가 꼴통보수가 되었다고 말할 것이다. 나도 꼴통보수 소리가 듣기 싫어 내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놓고 오랫동안 고민했었다. 그러나 마지막에는 꼴통보수 소리를 듣는 한이 있더라도 서슴치 않고 할말을 하는 것이 애국하는 마음이라고 결론지었다. 내가 보수가 된 것이 아니다. 이 세상이 하도 한편으로 치우치다 보니 바른 말을 하면 사람들이 보수라고 말하는 것 뿐이다. 괜히 이러쿵저러쿵할 것 없이 내가 구체적으로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으면 지적해 주렴. 내가 잘못 생각했으면 즉시 고칠 것을 약속하마. 그러나 그것이 아니라면 내 질문에 답변해주렴. [이 게시물은 웹지기님에 의해 2012-01-18 18:13:48 칼럼에서 복사 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