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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9-04-16 12:51
   한국교회 3.1선언에 대한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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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서경석
    조회 : 2,203  


                                        한국교회 3.1선언에 대한 평가 

                                                                                                          서 경석목사

1.
  이번 한국교회 3.1선언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할 부분이 있다. 북한문제에 대한 한국교회의 입장을 하나로 통일시키려고 노력한 결과, 이 선언에 북한인권에 대해 언급하고, 탈북자들의 강제송환을 반대하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에 난민지위 인정을 요구하고, 한국을 향한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북한이 6.25전쟁에 대한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라고 요구한 점이다. 
  이 내용들은 일반 국민이 볼 때에는 지극히 당연한 주장이지만 진보교회는 이제까지 이런 성명에 서명을 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 성명에서 그분들이 서명을 했다. 이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또 선언문 초안에서 “한국전쟁에 대해 북한도 책임의 당사자인 것을 겸허하게 인정해야 한다”고 썼다가 이를 수정한 점도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초안대로 고집하였더라면 이번 선언문이 큰 파란을 일으킬 뻔 했다.

2.
  그러나 여전히 문제점이 많다. 대표적인 몇 가지만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이념대결을 죄악으로 간주하고 이를 참회한다는 언급은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념대결이 불가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군사정권시절 우리사회가 독재에 대해 저항하는 세력과 독재 앞에서 침묵하는 세력으로 분열되었을 때 이 분열이 죄악이 아니었던 것처럼 우리사회가 북한 김정일 수령 독재에 대해 저항하는 세력과 침묵하는 세력으로 나뉘어졌다고 해서 이 부분을 “참회해야 할” 이념대결로 보는 것은 맞지 않는다. 원죄적 입장에서 우리가 하나되지 못함을 고백하는 것이라면 납득이 가지만 3.1선언의 문맥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3.
  둘째, 남북한 사이의 기존합의들이 존중되고 6∙15선언과 10∙4선언을 계승∙발전시켜야 한다는 문구에도 문제가 있다. 
  7.4 공동성명 이후 이제까지 남북 사이에 많은 합의가 있었지만 이행된 것보다 지켜지지 못하거나 무효가 된 합의가 더 많았다. 7.4 공동선언은 남북이 서로 다른 해석을 하고 있고 남북기본합의서는 북에 의해 무효로 선언되었다. 6.15선언도 자주에 대한 합의는 문제를 내포하고 있고 김정일의 남한방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더욱이 10.4선언은 한국으로서는 지키기가 불가능한 선언이었다. 크게는 50조, 최소한 15조의 돈이 드는 일을 남북이 합의한 것이다. 
  따라서 꼭 이러한 문구를 넣어야 한다면 “7.4 공동성명 이후 남북 간에 이루어진 모든 합의의 정신 존중하고 화해와 상생의 남북관계의 역사를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라고 표현을 바꾸는 것이 옳다고 본다. 그래서 대립과 갈등의 역사를 줄여나가고 화해와 상생의 역사를 키워가자는 것이다.

4.
  셋째 한국 정부가 대북 식량 및 비료 지원 등 인도적 지원을 즉각 재개하고 매년 정부예산의 1%를 대북지원 및 개발협력 기금으로 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문제가 있다.
  더욱이 지금 이명박 정부가 북한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지난날의 무조건 퍼주기가 옳지 않다는 생각에서 대북정책을 상호주의의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는데 3.1선언에서 보여지는 교회의 입장이 이명박 정부로 하여금 “북한의 협박에 굴복하고 과거의 퍼주기 정책으로 되돌아가라”는 주장으로 들리게 되면  이는 대단히 우려할 일이라고 본다.   
  지금 남북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핵문제다. 국제사회는 북의 핵개발과 로켓 개발을 세계평화에 대한 위협으로 보고 북한이 핵개발을 하지 않도록 국제사회가 압박을 가하고 있다. 그리고 비료 및 식량지원은 이를 위한 매우 중요한 압박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에서 또다시 餓死사태 등 비상상황이 도래하면 그때는 무조건 지원해야 한다. 결핵약 같은 지원 역시 무조건적이어야 한다. 북한주민의 생명이 직접적인 위협을 받을 때에는 다른 모든 것에 우선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의 모든 인도적 지원은 핵폐기와 인권개선의 문제와 연계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북한이 다시 핵을 개발하고 6자회담을 폐기한다면 한국은 비료는 보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비료는 식량과 같다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그러나 생명을 살리기 위한 비상물자라고까지는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식량은 북한상황을 면밀하게 분석해서 아사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면 무조건 보내야 한다. 그러나 그때에도 옥수수가루로 보내야 주로 주민위주로 분배가 이루어진다고 본다. 그동안 쌀을 분배할 때 WFP 모니터링요원이 방문하면 배포를 했다가 그 요원이 돌아가면 다시 쌀을 거두어가는 일이 비일비재 했는데 옥수수가루라면 저장도 용이하지 않아 주민들에게 주었다가 다시 뺏어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정부와 한국교회가 예산의 1%를 북한동포를 위해 사용하자고 결정하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기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이다. 북한이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갈 때에만 이 기금이 사용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일체의 인권개선이 없고 핵개발을 다시 시작하는 상황에서는 굶어 죽어가고, 결핵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을 살리는 일에 국한해서만 이 돈을 써야 한다. 그 이상을 돕는 것은 잘못된 체제를 돕는 것이 되고 한반도 평화에도 역행하는 것이 된다. 그래서 기금이 당근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테면 북한에 종교의 자유가 허용되면 교회가 모은 기금을 한꺼번에 북돕기에 쓰겠다고 말한다면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 
  지금 이명박 정부는 한반도의 평화와 북한인권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입장은 옳은 입장이다.  그러나 북한은 북한인권 문제를 거론하면 평화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인권을 말하는 순간 그대로 깨져버리는 평화는 거짓평화에 불과하다. 그래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잘못된 평화추구를 제대로 된 평화추구, 인권과 양립되는 평화추구로 바꾸어야 한다. 이것이 지금 이명박 정부가 가고 있는 방향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의 입장이 관철되려면 상당기간 “기다리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한국교회는 이명박 정부의 이러한 노력을 지원해야 한다. 3.1선언이 이러한 이명박 정부의 입장을 비판하면서 과거의 거짓평화로 되돌아가라고 압력을 가해서는 안 된다. 

5.
  이번 3.1선언을 너무 조급하게 역사적인 선언으로 포장하려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이 선언이 정말로 역사적인 선언이 되려면 시대상황과 부합해야 하고 5년, 10년 후에도 의미가 있어야 한다.
  70년대의 NCC의 글리온선언이 당시에는 역사적인 선언으로 생각되었지만 지금도 그렇지는 않다. 또 한동안 남북관계를 보면서 사회주의도 아니고 자본주의도 아닌 제3의 수렴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나 지금은 이러한 주장을 찾아보기 힘들다. 더욱이 지금 우리는 북한을 보면서 속으로 생각하는 생각과 겉으로 말하는 발언 사이에 불일치가 대단히 큰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역사적 선언문에 합의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번 3.1선언은 한국교회의 보수와 진보 사이의 타협의 산물이다. 그런데 그 타협도 상당히 어정쩡한 타협이었다. 충분한 토론과 합의의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정부에 퍼주기를 촉구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기획된 점이 엿보인다. 이런 경우에는 正論이 되기 힘들다.
  뿐만 아니라 북한과의 관계를 어떻게 맺고 있는가에 따라 사람들의 표현이 달라진다. 북한지원 프로젝트가 있는 사람은 가급적 북에 대해 우호적으로 말하려고 한다. 또 북한도 이점을 감안하여 영향력 있는 교회지도자들을 북에 초청하려고 애를 쓴다. 어떻게 보면 한국교회는 북의 전략에 말려들고 있는 측면도 있다.
  나의 경우에도 북돕기를 열심히 할 때에는 북한에 대해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잘못 말하면 북한 입국이 금지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강문규 상임대표는 북한의 강성대국을 비판했다고 해서 계속 북한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북한에 대해 바른 말을 하기 위해 북 돕기를 포기해야 했다. 그래서 북돕기를 하는 사람들은 대북관계와 관련해서 바른 말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오늘날처럼 이념적 스펙트럼, 그리고 각자 놓여진 처지가 다양한 상황에서는 합의된 선언을 만들려고 애쓰는 것 보다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서로 만나 충분히 대화하고 토론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이번 3.1선언도 이러한 과정으로 이해하고 싶다.
 

 
[이 게시물은 웹지기님에 의해 2012-01-18 18:14:44 칼럼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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