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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분할 문제, 어떻게 해야 하나?
서경석 목사 (수도분할이 아닌, 더 좋은 세종시를 위한 국민회의 공동대표, 선진화시민행동 상임대표)
1.
수도분할을 반대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단 하나다. 엄청난 행정비효율 문제다. 공무원이 부처간 협의, 청와대와 협의, 국무회의, 국회출석, 관련단체 행사참석 등으로 서울에 출장가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그때마다 하루종일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계룡대에 있는 어떤 고위 장성은 한 달에 평균 스물두 번 서울출장을 간다고 한다. 그러면 이로 인한 행정비효율은 긴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전 세계에 수도분할을 한 선진국은 없다. 통일의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수도를 분할한 독일의 경우에도 행정비효율을 감당하지 못해 다시 베를린으로 모든 행정부처를 옮기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화상회의가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점은 이미 오래전에 판명이 났다. 노무현정부에서도 화상회의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점은 수도를 분할한 독일도 마찬가지였다. 한마디로 수도분할은 안 되는 일이다. 이점을 제일 잘 아는 사람들이 사실은 대전시민들이다. 그들은 서울에 무슨 약속이 있을 때 최소한 두시간 반 전에 집을 나선다. KTX 타는 시간은 한 시간이지만 역으로 가야 하고 역에서 기다려야 하고 또 서울역에서 약속장소까지 가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서울에서 회의를 두시간 정도 하면 영락없이 하루종일 걸리게 된다. 여기에 통일이야기, 위기상황 대처이야기는 구태여 꺼낼 필요조차 없다.
2.
내가 만난 대부분의 지식인들은 한결같이 수도분할이 안되는 것은 상식중의 상식이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이 잇슈는 이미 정략적인 잇슈가 되고 말았다. 그렇게 되면 옳고 그름은 어디로 가버리고 정치인들은 이 문제에 무조건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게 된다. 그동안 우리는 이명박정부가 과연 수도분할을 반대할 것인가를 숨죽이며 지켜보아 왔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가 안 된다고 선언하는 것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안심을 했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진심으로 감사해 했다. 대통령이 그냥 원안대로 가면 대통령 직을 수행하기에는 별 어려움이 없었을 터인데 수정안을 지지하면서부터 그는 정치적 어려움을 자초했다. 그래서 우리는 대통령의 애국심에 대해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 그리고 진정한 정치인의 신의는 바로 이런 태도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대통령께서 끝까지 소신있게 나가주시기를 바란다. 그래야 우리나라에 희망이 있다. 우리는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서 수많은 정치인과 지식인이 속으로 생각하는 것과 겉으로 말하는 것이 너무도 다른 것에 대해 크게 실망해 왔다. 많은 국회의원이 여야를 막론하고 私席에서 수도분할은 안 된다고 말하는 분이 너무도 많다. 그러나 공석에서는 다르다. 지식인도 마찬가지다. 진보진영의 지식인 중 수도분할을 반대하는 지식인이 한 사람도 없다는 점은 도대체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자기가 속해 있는 진영의 공식입장과 자기의 개인생각이 다를 때 절대다수의 지식인들은 자기의 소신을 피력하지 않고 침묵하고 만다. 과거 어느 때도, 과거 독재정권 치하에서도 요즈음처럼 포퓰리즘과 허위의식이 난무했던 때를 나는 알지 못한다. 세종시 문제야 말로 우리나라의 가장 큰 불행이다. 충청권 주민들도 마찬가지다. 천안의 한 지역사회 지도자를 만난 적이 있는데 그분은 “우리 충청도 사람들이 바보냐? 우리도 멀쩡한 사람들이다. 수도분할이 엄청난 행정비효율을 가져다 주는 것을 우리가 왜 모르겠냐”고 했다. 오히려 천안 아산 지역의 주민들은 세종시가 인구 50만의 자족도시로 되면서 모든 특혜가 세종시에 집중되면서 천안, 아산으로 올 기업까지 다 그리로 가지 않을까를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세종시 원안을 고집하고 있다고 했다. 나는 그래서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계속 소신을 가지고 국민을 설득해 주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국민여론이 확실하게 원안 수정으로 쏠려지기를 바란다. 세종시 대안이 잘 만들어져서 그 정도면 됐다는 생각을 충청도민이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렇게 되면 충청도민 안에서 세종시 수정안을 받아들이자는 주장이 반드시 공개적으로 표출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천안의 주민들을 만나고 이 확신을 갖게 되었다. 이미 지금 충청도민의 삼분지 일이 수정안을 지지하고 있다. 삼분지 일은 엄청난 규모다.
그런데 만일 세종시 수정안을 지지하는 국민이 전체의 삼분지 이가 되지 못해 끝내 박근혜 의원의 고집을 꺾지 못한다면 어떻게 되는가? 그렇게 되면 원안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반드시 이러한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 정 안되면 한두 개 행정부처가 세종시로 가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방안은 그리로 가야 하는 행정부처의 입장에서 보면 정말로 너무한 일이다. 다만 한 가지, 교육과학기술부를 다시 옛날처럼 되돌려서 교육부는 서울에 남고 과기처는 세종시로 보내는 것은 할만한 일이다. 그리고 세종시에 과학비스니스 벨트를 유치하는 등 세종시를 과학기술의 메카로 만드는 것이다. 과기처는 행정부처 중에서 타 부처와의 연관관계가 비교적 적은 부처다.
3.
그런데 가장 좋은 방안이 있다. 획기적인 지방분권을 실현하는 것이다. 지방분권 문제를 꺼내는 것이 문제를 복잡하게 만드는 점이 있지만 끝내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아 행정부처를 이전해야 한다면 이명박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서도 획기적인 지방분권을 해야 한다.
이미 이명박 대통령은 과거 서울시장 시절에 수도분할을 반대하면서 “국토균형발전과 수도권 인구분산을 실현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은 행정복합도시 건설이 아니라 획기적인 지방분권임”을 강조한 바 있었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는 행정부처의 세종시 이전을 백지화하면서 획기적인 지방분권도 함께 실행해야 한다. 세종시를 自足도시로 만드는 것만으로는 원래의 목표인 국토균형발전과 수도권 인구분산을 이룰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충청도민을 위시한 지방민들의 마음을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획기적인 지방분권을 이루는 일이야말로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지방의 경쟁력 강화 없이 선진국이 되는 것이 불가능하고 또 지방분권을 통해 수도권 一極 체제를 多極 체제로 전환시키지 않고서는 수도권 인구집중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획기적인 지방분권을 이루려면 자치재정권, 자치입법권, 자치조직권 및 자치계획권을 광역자치단체에 주고, 광역자치단체를 더욱 광역화하여야 한다. 그리고 일류학교, 일류병원을 유치하여 자본과 인재가 지방으로 갈 수 있어야 한다. 지방의 자율적 발전을 중앙정부가 최대한으로 뒷받침하되 낙후되는 지방에는 각종 인센티브와 재정지원, 新성장 대형 프로젝트를 주어 지방간 격차를 줄여야 한다. 그 대신 수도권에 대한 규제를 풀어 수도권의 경쟁력을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수도권 인구를 분산시켜야 한다.
그동안 획기적인 지방분권을 해야 한다는 정치인, 학자, 시민운동이 적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지방분권이 실현되지 않은 이유는 중앙집권 체제를 지탱하는 기득권세력의 저항이 워낙 컸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처럼 정부여당이 커다란 난관에 빠져 있는 때가 바로 지방분권을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우리나라는 이 기회를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된다.
지방분권으로 복지부, 노동부, 환경부 등 생활 부처의 기능이 대부분 지방정부로 이관되면 세종시로 갈 공무원들이 대부분 지방정부로 가게 되어 사실상 행정부처의 세종시 이전은 무의미해진다. 그렇게 되면 지금의 세종시 논란도 쉽게 정리될 수 있다. 더욱이 자유선진당은 강소국연방제를 주장하여 일찍부터 획기적 지방분권을 당론으로 채택해 왔다. 그렇다면 정부는 이번 기회에 강소국연방제를 적극 수용해야 한다. 4.
나는 차제에 정부여당이 지방분권 문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이 카드는 정부여당에 조금도 손해가 되지 않는다. 이번 기회에 획기적인 지방분권을 이룰 수 있다면 그것처럼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더 좋은 점은 자유선진당과 한나라당이 통합의 명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명박, 박근혜, 이회창 세분이 다같이 힘을 합칠 수 있는 카드이기도 하다. 지금 한나라당은 정파적 이해관계에 집착하지 않고 범보수 대연합을 이루어내야 한다.
이번에 이명박대통령이 원전 수주에 성공한 일은 정말로 기쁜 일이다. 그렇지만 나는 이번 일이 나라의 앞날을 불행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걱정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지금 크게 반성을 하고 자기혁신을 해야 하는데 이번 일로 들떠서 자기반성은 하지 않고 자만에 차서 그냥 넘어갈 것 같아서다. 그렇게 되면 내년 지자체 선거에서 패할 뿐만 아니라 차기 정권창출에도 실패하게 된다.
그러면 이명박 정부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가장 큰 문제가 시민사회를 무시하는 것이다. 보통 요즈음을 거버넌스의 시대라고 한다. 그래서 정부와 시장과 시민사회가 공동으로 국가를 경영하는 시대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의 머릿속에는 시민사회는 존재하지 않는다. 정부와 정치권과 시장만 존재한다. 노태우정부에서 노무현정부에 이르기까지 지금처럼 시민사회를 무시한 정부는 없었다. 김영삼정부, 김대중정부, 노무현정부는 다같이 시민사회와의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명박정부에는 그런 개념이 없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를 혼신의 힘을 다해 도우려는 세력은 좀처럼 눈에 띠지 않는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의 정치적 기반은 대단히 취약하다. 일시적인 지지율 상승에 안주하고 있다가는 언젠가는 형편없이 무너질 수 있다.
그래서 한나라당에게 꼭 부탁하고 싶은 점이 있다. 위기의식을 가져달라는 점이다. 그리고 세종시 문제를 잘 풀 수 있다고 쉽게 생각하지 말아 달라는 점이다. 세종시 원안고수로 결론이 나면 MB정부가 식물정부가 되고 세종시 수정으로 결론이 내려지면 박근혜, 이회창씨가 정치적으로 타격을 입는다. 어느 것도 좋은 대안일 수 없다. 이명박, 박근혜, 이회창이 다같이 승리하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나아가 민주당까지 승리해야 한다. “획기적인 지방분권을 실현하는 것”이 바로 이 대안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 게시물은 웹지기님에 의해 2012-01-18 18:14:58 칼럼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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