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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9-09-01 13:08
    대북정책에 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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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서경석
    조회 : 2,144  


          대북정책에 대한 생각

                                                              서경석 목사

1. 

  한국사회에서 북한을 바라보는 생각은 그동안 꾸준한 변화를 겪어왔다. 
  90년대 초반까지는 북한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북한의 실상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한국정부가 권위주의 체제인데다 남북한 통일논의를 억압하는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본주의도 사회주의도 아닌 제3의 체제를 지향하는 수렴론이나 운동권 내부의 주체사상파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래서 글리온 회의나 NCC통일선언과 같은 진보적인 통일논의가 지식인들 사이에 광범위한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9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바뀌어졌다. 공산권의 붕괴로 사회주의는 더 이상 지식인들의 목표가 될 수 없게 되었고, 갑자기 흡수통일론이 등장하여 흡수통일론이 옳으냐 그르냐가 논의의 중심이 되었다. 그리고 남한체제의 우월성이 분명해지면서 수렴론은 빛을 바랬다. 게다가 북한에서 수백만이 굶어죽으면서 북한에 대한 환상도 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국민은 97년의 북한동포돕기운동과 그 후 집권한 김대중정부의 햇볕정책의 시각에서 북한을 바라보았다. 
  2천년대 중후반에 들어서면서 상황은 더 크게 변화되었다. 북한의 핵실험은 북한에 대한 일말의 기대조차 사라지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최근 북이 식량난을 겪으면서도 미국의 식량지원을 거부하고 로켓발사를 하고 6자회담을 거부하고 개성공단에 대해 규제하는 행동을 보면서  우리국민은 북한에 대해 참을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아마 대다수 국민은 표현은 하지 않아도 하루빨리 북한이 망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국민의 마음속에서 북한이 연착륙을 할 수 있다는 기대는 거의 사라졌다고 보아야 한다. 

2.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공개적으로 북한체제의 붕괴를 획책할 수 없다. 그 경우 한반도의 평화가 크게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범우파 안에는 두 개의 입장이 존재한다.
  하나는 정통우파의 입장이다. 이들은 북한이 하루빨리 망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한다.
그리고 북한이 붕괴된다고 해서 이에 대한 모든 부담을 한국이 짊어지는 것도 아니다. 북한이 붕괴되면 곧 국제사회가 공동대책을 세울 것이다. 그렇다고 휴전선이 열리는 것도 아니다. 북한은 붕괴 후에 급속하게 한국과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와 같은 길로 가야 한다. 이점에서 독일은 우리의 모델이 될 수 없다.
  또 하나는 중도우파의 입장이다. 중도우파는 북한이 하루빨리 붕괴되어야 한다는 정통우파의 생각에 충분히 공감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을 반대한다. 공개적으로 주장한다고 북한이 당장 망하는 것도 아니고 한반도의 평화만 위협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도우파는 북한인권과 한반도의 평화를 동시에 주장한다.

3.

  중도우파는 좌파의 평화우선주의, 평화지상주의에 반대한다. 한반도의 평화만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북한의 인권문제를 외면하는 댓가로 김정일로부터 한국인의 생명과 안전과 재산을 보장받으려는 사람들이다. 이러한 입장은 가쯔라테프트 밀약과 같다. 미국이 일본의 한반도지배를 용인하고 일본이 미국의 필리핀 지배를 용인하는 가쯔라테프트 밀약은 두 수퍼파워 사이의 평화조약이기 때문에 세계평화에는 큰 기여를 할지 모르나 한국인에게는 절망을 안겨준 밀약이다. 마찬가지로 한국의 평화우선주의는 한반도의 평화에는 도움을 줄지 모르나 북한주민에게는 절망을 안겨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입장은 한국인의 이기주의적 입장의 표출일 따름이다.
  게다가 이러한 입장을 통해 얻어진 평화는 거짓평화, 사이비평화일 뿐이다.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순간, 그대로 깨지는 평화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 입장에 서서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침묵했다고 해서 평화가 실현되지도 않았다. 북이 핵개발만 했을 뿐이다.
  평화우선주의는 먼저 평화정착부터 한 후에 북한인권문제를 다루자고 주장한다. 한국이 북한인권을 주장하면 북한이 반발해서 평화가 깨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북한의 평화위협 아래서 굴종하며 살자는 것을 의미한다.
  뿐만 아니라 과거 박정희정권과 맞서 한국의 민주화를 위해 싸웠던 세력이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침묵을 지키는 것은 이중잣대이다. 박정희정권이 한국의 경제발전을 위해 민주주의를 유보해야 한다고 했을 때 민주화세력은 빵만으로는 살 수 없으므로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민주화세력은 지금 북한사람들에 대해 빵만으로 살라고 말하고 있다. 
  과거 한국의 진보적 기독교세력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있다며 어떤 체제나 이데올로기도 인간을 억압할 때는 기독교인은 이에 저항해야 한다며 유신체제와 맞섰었다. 그런데 지금 이들은 유신체제보다 백배는 더 독재인 북한의 수령독재체제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4.

  다른 한편으로 중도우파는 김정일정권이 하루빨리 망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는 “북한인권”지상주의에 대해서도 반대한다. 그렇다고 김정일이 하루빨리 망해야 한다는 주장이 틀렸다는 말은 아니다. 이들은 바른 말을 하는 세력이다. 이러한 세력이 우리사회에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 세력은 우리사회의 주류세력이 되면 안 된다. 주류세력이 이런 입장을 취하면 한반도의 평화가 직접적으로 위협받는다. 
  북한인권도 중요하지만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협이 없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중도우파는 탈북자의 입장에 대해 부담감을 느낀다. 탈북자에게는 북한해방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남한 사람은 북한인권과 더불어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5.

  그래서 중도우파는 反한반도평화지상주의, 非북한인권지상주의다. 중도우파가 주장하는 북한인권은 한반도의 평화가 근본적으로 위협받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인권실현이다. 북한의 붕괴를 획책하기 위한 수단으로 북한인권을 말해서는 안 된다.
  북한인권을 주장하는 이유는 북한의 연착륙을 바라기 때문이다.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해 끊임없이 인권개선을 요구하면 북한인권이 개선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북한사회의 경직성이 줄어들면 그만큼 연착륙의 가능성이 커진다.
  물론 지금 연착륙의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렇지만 실낱같은 작은 희망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북한당국을 향해 애정어린 비판을 해야 한다. 그리고 한국이 북한붕괴를 원치 않는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그래서 북한인권에 대한 중도우파의 주장은 단계적이다. 이를테면 북한체제가 위협받지 않으면서도 실현될 수 있는 북한인권을 주장한다. 즉 이산가족의 만남, 납북자의 귀환, 종교자유의 실현, 분배의 투명성, 법에 의한 재판, 정치범 수용소의 폐지 등이다.
  이러한 입장은 쉬운 것은 아니지만 한국의 전두환정권을 생각하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과거에 많은 사람들이 전두환 정권이 민주화되는 것은 유혈사태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었지만 우리나라는 유혈사태없는 민주화에 성공했다. 그리고 전두환 전 대통령은 지금도 바깥을 활보하고 있다. 연착륙에 성공한 것이다.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연착륙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도우파의 입장이라고 생각한다. 

6.

  중도우파는 대북인도적 지원활동은 생명과 직결된 무조건적인 지원과 상호주의와 연계해야 하는 조건부 지원으로 분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생명과 직결된 지원이다. 북한에서 다시 대량 餓死의 위기가 도래한다면 우리는 무조건 지원해야 한다. 결핵으로 사람들이 죽어간다면 그들을 무조건 도와야 한다.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 명확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면 이들을 무조건 지원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투명성은 보장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아도 상관없는 식량을 보내야 한다. 이를 테면 옥수수가루를 보내면 저장성이 약해서 반드시 가난한 주민에게 가게 되어 있다. 그래서 옥수수가루라면 제한 없이 보내도 좋다고 생각한다.
  둘째는 김정일 정권과 직결되지 않는 지원활동이다. 이 지원도 조건 없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테면 산에 나무 심는 일은 이십년 이후에야 성과가 난다. 이러한 일들은 무조건 시작되어야 한다.   
  셋째는 일반적인 지원활동이다. 이러한 지원은 북핵폐지, 북한인권 개선과 연계되어야 한다. 북핵이 폐지되지 않는 한 생명과 직결된 불가피한 지원 이외에는 해서는 안 된다. 북한 평양과기대를 돕는다든지, 농업개발을 지원하는 활동을 반대한다. 비료지원도 유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소한의 식량만 도와야 한다.
  우리는 북한에 대해 당근과 채찍을 함께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채찍을 위해 생명과 직결된 식량, 약품지원외의 지원은 하지 않는다. 반면에 당근을 위해 정부와 민간단체, 종교단체들이 대북지원을 위해 예산의 1%를 기금으로 적립하는 일을 한다. 그래서 당장은 생명과 직결된 지원에 한해서만 이 기금을 쓰고, 나머지는 적립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북핵 폐지가 선언되고 조금씩 인권개선이 이루어지면 이 모든 기금을 북한돕기에 쓰겠다고 함으로써 북한을 유도하자는 것이다.   
  물론 어디까지가 생명과 직결된 무조건적인 지원이고 어디까지가 상호주의와 연계되는 지원인가는 구분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지점에서 선을 그어야 한다.

7.

  지금은 전환기다. 노무현정부의 평화우선주의에서 이명박정부의 “한반도 평화와 반핵, 북한인권의 병행”으로의 전환 시기이다. 이 과정에서 북한을 길들이려는 남한과 과거의 방식을 고집하면서 남한을 길들이려는 북한 사이의 기싸움이 한참 진행중이다. 이 싸움에서 우리국민은 이명박정부가 승리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일정한 정도의 긴장과 대결은 불가피하다. 60년대에 케네디대통령이 소련과의 一戰을 불사했기 때문에 큐바 미사일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때로는 이런 각오가 있어야 평화를 지킬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무한정 북에 끌려 다녀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기본적으로 북한붕괴를 획책하는 정권이 아니다. 따라서 꾸준히 북을 설득하면 북은 한국을 따라올 수밖에 없다. 북이 제아무리 허세를 부리더라도 진짜 힘은 남한에 있기 때문이다. 이 기간 동안 한국국민은 이명박정부를 믿고 따라주어야 한다.
  남북관계를 바라보는 중요한 인식차이는 북한이 특수한 나라인가라는 질문이다. 북한은 너무도 특별한 나라여서 국제사회에서 국가간에 통용되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거 노무현 정부는 이러한 인식에 기초해 있었다. 그래서 북의 김정일에게 항상 끌려다녔다. 그러나 북한은 멀쩡한 나라다. 다만 다른 나라에 특수한 나라라는 인식을 끊임없이 심어주어 국제사회에서 특별대우를 받으려고 하는 것뿐이다. 그래서 국가 간에 통용되는 방식은 북한에도 통한다. 그래서 당근과 채찍을 사용해야 한다. 북한의 비위를 열심히 맞추어주면 북한이 좋게 행동할 것이라는 생각은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
  또 북한은 국지적 분쟁은 불러올 수 있을지 모르나 전쟁은 일으킬 수 없다. 또 그렇게 되도록 한국은 당근정책을 함께 써야 한다. 한국이 원칙을 가지고 일관되게 나가면 북한은 한국의 페이스대로 따라올 수밖에 없다. 이렇게 해서 “북한인권이 조금이라도 개선되는 방식의 평화”를 지향해야 한다.

8.

  김대중 前대통령이 돌아가셨다. 그런데 김대중 선생의 햇볕정책에 대해서도 공정한 평가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국민이 김대중선생의 遺旨라는 족쇄에 묶이는 일이 없어야 한다.
  김대중선생이 햇볕정책을 제안하고 남북대화의 물꼬를 트고 정상회담을 이룬 공적은 아무리 높이 평가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리고 김정일정권이 핵개발을 한 것까지 김대중정부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나 김대중선생이 햇볕정책에 집착한 나머지, 북이 핵실험을 했을 때에도 북에 대해 침묵하고 계속적인 대북지원만으로 핵폐기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은 크게 잘못된 것이었다. 햇볕정책은 당연히 유지되어야 한다. 그러나 햇볕정책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햇볕정책과 압박정책이 함께 가야 한다. 그렇다면 북핵폐기라는 큰 과제 앞에서 대북압박을 위한 국제공조는 우리의 당연한 정책방향이 되어야 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햇볕정책 지지자들은 북핵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마치 전쟁을 지지하는 것처럼 비난하였다. 이러한 주장은 정말로 잘못되었다. 
  또 김대중선생이 북한인권에 대해 함구하고 탈북자의 인권을 외면한 것도 옳지 않았다. 김대중선생이 탈북자의 인권에 대해 발언하지 않더라도 탈북자를 만나 함께 울고 껴안아 주기만 했어도 남북관계에 큰 변화가 생겼을 것이다.
  다행히도 우리국민은 김대중선생의 주장을 따르지 않았다. 그리고 북핵폐기를 위해서는 당근과 채찍을 함께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명박 후보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김대중선생의 입장은 그동안 한국정부의 대북정책 수행에 걸림돌이 되어 왔다. 그리고 지금도 김대중선생의 遺旨는 야당에게 족쇄가 되고 있다. 이점은 앞으로 반드시 극복되어야 한다.
 
[이 게시물은 웹지기님에 의해 2012-01-18 18:14:44 칼럼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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