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진영 북한인권법 반대 옳지 않아”
“대북 인도적 지원 남북관계와 상관없이 지속돼야”
2010년 04월 05일 (월) 22:35:04 업코리아
webmaster@upkorea.net 본지는 ‘통일뉴스’와 공동으로 북한문제에 관한 대담을 마련했다. 본지 대표인 서경석목사와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인 김근식교수는 지난 2일 본지 회의실에서 대북문제에 관한 토론을 벌였다.
두 인사는 각각 한국사회의 보수와 진보의 입장에서 북한인권 문제와 인도적 대북지원, 현정부의 대북정책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원래 이 대담은 지난 3월 보수 시민단체인 국가정상화위원회(위원장·고영주변호사)가 친북인사 100인을 선정에 발표한 것과 관련, 김근식목사가 “진보적인 입장을 가졌을 뿐 ‘친북’과는 거리가 멀다”는 입장을 밝혀와 이를 해명하는 성격으로 기획되었으나, 통일일보와 대담을 공동으로 진행하면서 주제를 바꿔 남북문제에 대한 자유토론 형식으로 진행됐다.
대담은 초반부에 남북인권에 대한 보수와 진보진영의 입장차를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돼, 상호 존중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대북 인도적 지원문제에 있어서는 상당부분 접점을 도출해냈고, 결론적으로 보수와 진보 양측 인사가 자주 모여 남북문제를 서로 대화를 통해 풀어가자는 방향으로 결론지었다.
다음은 대담 전문(편집자 주)
서경석목사
보수와 진보, 서로의 입장차가 어디서 생기는 것인지 분명히 이야기 나눠보는 시간을 가져봤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오늘 이런 자리가 마련된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대화를 진솔하게 해서 보수와 진보 간 소통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근식교수
좋은 의도로 자리를 만들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진보와 보수진영이 북한 이슈를 가지고 의견이 갈리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런 자리에 제가 흔쾌히 응했던 이유는 직접 만나 의견을 교환하면서 불필요한 오해를 확인하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보수는 보수대로 진보를 과도하게 의심하고, 진보는 진보대로 보수를 지나치게 혐오하는 현상들이 있습니다. 서로 합리적인 사람끼리 만나서 이야기해보면, 물론 차이가 있겠지만, 차이가 지나치게 불필요하게 의구심으로 확장되는 것은 막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경석 “북한인권문제 외면 ‘카츠라테프트’ 밀약과 다름없다”
김근식 “진보진영 역시 북한의 인권실상에 대해 인정하고 있어”
서경석목사
진보적인 인사들에게 첫번째로 묻고 싶은 질문이 있는데 그것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 분명하게 주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북한인권문제에 대해서 침묵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될 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도 옳은 태도가 못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과거 유신때 인권 운동으로 세 번이나 감옥을 갔습니다. 그후 우리민족 서로돕기를 하면서 북한에 갔을 때 북한의 수령체제는 모습을 보게됐고, 유신 체제보다 백배는 더 독재인데 침묵을 지킨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과거 유신시절 “빵을 위해서는 자유가 유보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우리는 패트릭 헨리의 말을 인용해 “자유가 아니면 죽음 달라”고 외쳤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남한 사람들에게는 빵과 자유가 다 필요하지만, 북한 사람들에게 생존권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은 도리에 맞지가 않습니다. 저는 그런 의미에서 이제 진보진영도 과거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북한의 인권에 대해서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제가 진보진영의 생각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돌이켜 보면 저역시 “한반도의 평화가 우선이다”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불과 7,8년 전이지요.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나서 그 다음에 인권문제를 이야기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당시 지식인들에게는 그것이 상식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에 와서 생각을 해보면 당시에는 북한의 실상을 잘 알지 못했기에 그 사람들의 고통에 대해서도 생생하게 느끼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탈북자 2만명 시대이고, 그들을 통해 북한 동포들의 고통을 너무나도 잘알게 됐습니다.
저는 그럼에도 과거 정권들이 북한인권 문제를 외면했던 것을 두고 ‘카츠라테프트’ 밀약과 다름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미국과 일본이 조선 사람들의 고통을 외면한 밀약을 햇듯이 우리가 북한 동포들의 고통은 외면한 채 평화 우선주의로 나간다면 그것은 인권문제를 외면한 대가로 생명과 재산과 안전을 보장받으려고 하는 이기주의와 다름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런 태도를 혐오하고 분노합니다. 저는 다른 것은 몰라도 인권문제에 있어서만은 진보진영도 한목소리를 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북한인권을 동시에 추구하는 태도로 전환하지 않는 주장은 한국사회에서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김근식교수
서목사님께서는 진보진영에게 가장 궁금한 것이 북한인권에 대해 침묵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역시 그 말씀의 배경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굳이 진보진영의 입장을 말씀 드린다면, “평화를 위해서 북한의 인권개선을 유보한다”라는 주장은 현재 진보진영의 다수 입장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볼때 진보진영이 북한인권에 대해 보수진영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실질적으로 북한의 인권을 개선하기 위한 효율적인 방법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접근방식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진보진영이 평화를 우선하기 위해서 인권을 거부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자면 보수진영에서는 정부가 북한을 만날 때마다 인권 개선을 요구하고, 식량을 포함한 모든 대북지원을 인권과 연계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진보진영은 그것보다는 역할분담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시민사회가 북한의 인권개선을 요구하고 국제사회에 호소할 때 역할분담의 차원에서 정부 는 식량권, 생명권 등 먹고 살 수 있는 권리를 우선적으로 하는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남북간의 신뢰가 조성되었을 때 인권개선을 요구하는 것이 훨씬 더 실질적이라고 보는 것이 진보진영의 다수 생각이라고 봅니다.
그럼에도 북한인권과 관련해서 보수진영은 진보진영에 대해 마치 진보진영 사람들은 북한 인권의 실상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며 고개를 돌리고 동의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절대로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진보진영 역시 북한의 인권은 열악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첫 번째 오해입니다.
또 다른 오해는 진보진영은 북한인권 개선의 필요성을 공감하지 않을 것이라는 오해입니다. 진보진영 사람들에게도 똑갘이 북한의 인권개선 필요성은 당연히 전제 되어 있습니다. 그들은 다만 인권개선을 위한 보다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의 문제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유신시대 때 서목사님께서 유신반대로 감옥을 가셨듯이, 저도 대학 다닐 때 전두환 독재정권에 반대하면서 감옥에 갔습니다.
진보진영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유신정권 하에서 남쪽의 인권이 탄압을 받고 있을 때 당시 상황에서 북한 사람이 남쪽에 대고 “인권 탄압하지 마라, 박정희 정권 타도해야 한다”라고 말한 것이 실질적으로 당시 유신반대 운동을 하셨던 목사님께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보십니까?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북한 내부의 인 개선을 위한 환경과 조건을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북한주민 여러 가지 상황들이 우리의 70년대 보다 못한 현실에서 북한과 적대 관계를 갖고 있는 남쪽의 지식인들이나 정부 당국이 신뢰를 갖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인권을 개선하라”고 말하는 것은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북한 내에 인권개선을 요구하는 무리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서경석목사
저는 김 교수님의 그 말씀에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 실제로 북한의 실상에 대해서 동의 안하는 사람들도 꽤 있습니다. 얼마전에 북한인권법에 대해 국회에서 공술회가 있었는데, 공술인으로 나온 어떤 분은 “북한의 인권 유린에 대해서 입증된 사실이 없다”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저는 그때 굉장히 황당했습니다.
지금 김근식 교수님이 “북한의 실상에 대해 대부분의 진보적인 사람들이 인정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저는 처음 듣습니다. 그 말은 무엇을 의미하느냐 하면 지금 대부분의 우리나라 국민들은 진보진영이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의도적으로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 같은 사람조차도 처음 들을 정도니 보통 사람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선 진보진영이 다른 것 이전에 우리 국민들에게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 상황에서 진보진영이 제일 먼저 해야할 이야기는 “북한인권을 위해서 노력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야만 일반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정부 차원과 민간 차원으로 구분해서 민간은 인권 문제에 대해서 주장하지만 정부는 인권 개선 문제를 주장하기 전에 남북 간 신뢰를 이야기해야 하고 식량이나 생명권 문제에 더 관심을 갖고 그래야 한다고 주장하셨는데, 김 교수님은 민간이고 지금 우파 정권이니까 진보진영은 민간이나 마찬가지인데, 민간이라면 북한 인권 개선 운동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 그 운동을 해야 논리가 맞는데, 진보진영 대부분이 그렇게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납득이 안 간다는 것입니다.
또 한 가지가 있습니다. 우리가 북한 인권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은 북한의 인권 개선요구 세력에게 도움 안 된다는 말씀은 있을 수 없습니다. 옛날 유신체제 하에 있을 때 어렵고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그래도 기대와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것은 외국에서부터 들려오는 독재는 잘못됐다는 목소리였습니다.
바깥에 있는 사람이 그런 이야기를 해야지, 바깥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면 오히려 인권 요구 세력에게 도움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최소한 저에게는 설득력이 없습니다. “옳은 것은 옳다, 틀린 것은 틀렸다”라고 먼저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근식교수
진보와 보수진영이 소통이 되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보수나 진보나 상대방을 볼 때, 극소수의 과도한 목소리가 마치 전체의 목소리로 과대 대변되고, 과잉 반영되는 것이 문제입니다. 저는 보수진영에 합리적인 분들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듯이 보수진영의 분들도 진보진영의 극좌들만 볼 것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대화가 세력이 있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노무현 정부 때 이미 북한인권에 대한 3대 원칙이 발표된 적이 있습니다.
첫째는 북한 인권 개선에 대한 보편적인 원칙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동의했습니다.
둘째 한반도의 분단, 남북관계의 적대 환경이라는 특수 상황을 생각해야한다는 것이구요. 셋째가 보편적 기준과 특수한 상황에서 실제로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인권 개선의 방법을 찾겠다는 내용입니다. 분명히 인권개선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진보라고 평가되는 노무현 정부에서도 북한인권에 대한 정부 당국의 고민이 담겨 있는 원칙을 밝히고 그 입장에 따라 했습니다. 이미 진보진영 내에서도 합리적인 접근을 하는 사람들은 북한 인권의 열악함과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서 동의하고 있습니다. 다만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접근방법을 찾자는 것이 견해차이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두 번째 말씀하신 “왜 진보진영은 지금이라도 북한인권 개선을 요구하는 운동을 시작하지 않느냐?”는 말씀은 유신독재 때 가장 큰 도움이 외국의 도움이라고 말씀 하셨는데, 그 외국의 도움에 북한의 도움은 들어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때 외국의 도움이라 하면 미국이나 일본의 양심적인 세력들의 도움이었을 것입니다. 당시 북한 조평통이 나서서 “남쪽 정권 타도하자”고 이야기 하는 것이 과연 도움이 되었겠습니가? 유신시대 때 반독재 운동을 북한 도와주는 것이 오히려 역작용이었듯이 북한인권 개선에 대한 필요성은 동의하지만, 우리가 나서서 북한정권 타도를 외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고 봅니다.
서경석 “북한인권은 정권차원 아닌 인간 기본권에 대한 요구”
김근식 “남쪽 인권개선 요구 체제유지에 이용될 가능성 높아”
서경석목사
그 이야기는 핵심과는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북한이 나서서 ‘박정희 독재 정권 타도’를 이야기하는 것이 도움이 안된 것은 목적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우리 국민은 민주주의를 원한것이었지만 북한은 백색독재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적색 독재로 이행하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따라서 엉뚱한 소리를 하는 북한의 세력이 전혀 도움이 안 된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북한 상황은 너무나 다릅니다. 우리는 다만 북한의 인권개선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저희는 북한을 향해 “붕괴하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북한을 향해 “법에 의해서 재판하고, 정치범 수용소 없애고,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거주 이전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기본적인 자유에 대해 요구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이야기가 북한 내에서 자유를 원하는 주민들에게 거꾸로 위해를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더구나 그것을 진보적인 지식인들이 주장한다면, 북한으로서는 그것을 더욱 더 지키려고 할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저는 감히 우리나라 진보진영들은 북한 인권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지식인으로서의 대접도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노무현 정부가 입장을 표명했으니 분명한 자기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겠다는 생각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입장은 폭이 좁습니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사회통합을 지향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지요. 그러나 시민사회는 범위가 넓습니다. 지금 김근식 교수가 하는 말씀이 납득이 가려면 우선 자기 입장을 세상 앞에서 분명하게 밝혀야 합니다.
김근식교수
유신 시대 때 북에서 박정희 파쇼 타도라고 말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동의하실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지금 남북관계에서도 그럴만한 위험이 있다고 말씀 드리는 것은, 북한의 수령 독재가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남쪽의 시민사회가 북에 대해서 인권 개선이나 정권 타도 외치면, 북한의 수령 독재는 상황이 뒤숭숭할 때 얼마든지 주민들을 남쪽과 내통하는 놈들, 공화국을 전복 세력으로 몰아 탄압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인민보안성과 국가안전보위부가 공동성명 낸 것을 보셨죠? 그런 식의 체제 유지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 부분이 옳은 것이지만 옳은 것이 그쪽으로 전달됐을 때 옳은 방식으로 전달되지 않는 메커니즘이 있다는 것을 현실적으로 인정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유신독재 때 미국의 이야기 가 굉장히 부담스러워 인권을 개선에서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미국과 한국은 긴밀한 신뢰관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미동맹이라는 신뢰관계가 있었기 때문에 미국에서 말하면 독재 정권도 들을 수밖에 없었죠. 북한에 대해서도 남쪽의 시민사회가 북쪽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북쪽 당국이나 인민들이 남쪽 시민사회에 대한 기본적 신뢰관계가 생겨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비효율적입니다.
서경석목사
저는 그 말이 현실하고 맞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첫째 북한 안에는 인권개선을 요구할만한 어떤 세력이 존재하지도 않는다고 확신합니다. 탈북자들한테 한번 물어 보십시오. 남쪽에서 북한인권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 거꾸로 북한인권 개선에 마이너스라고 생각하는 탈북자가 2만 명 중 단 1명이라도 있는지.
김근식교수
“왜 커밍아웃을 하지 않느냐”는 말씀은 목사님 자신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하실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혹시라도 “왜 좌파 지식인들이 커밍아웃 하지 않느냐, 북한 인권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느냐”는 말씀을 하실 때, 목사님께서 가지고 있는 입장이 절대적으로 옳기 때문에 다른 시민사회나 다른 지식인들이 다 그 입장에 맞춰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우월적 지위에서 이야기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듭니다.
상대측 주장을 들어보라고 하면 되지, 그 주장에 대해서 “왜 커밍아웃 하지 않느냐”고 강요하는 것은 과도한 주장이라는 생각입니다. 좌파가 우파에 대해 “당신들 북한 붕괴를 원하는지 않은지 커밍아웃해라” 이렇게 요구합니까? 그런 의미에서 커밍아웃 요구는 너무 과도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 말씀을 드리는 것은 다른 데서도 그런 분위기를 많이 느꼈기 때문입니다. 인권개선을 말씀하시는 보수진영 분들이 항상 진보진영에게 커밍아웃하라는 투의 일종의 우월적 지위에서 말하는 듯한 느낌은 오히려 소통에도 도움이 안 된다는 안타까움에서 말씀 드립니다.
서경석 “자신의 입장에서 목소리 내는 것이 ‘커밍 아웃’”
김근식 “남남갈등 구도서 북한인권에 대한 활로 모색 중”
서경석목사
저는 ‘커밍아웃’이 우월적인 지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지식인 사회 전환 과정을 보면, 과거 박정희·전두환 독재 정권 치하에서는 독재와 싸우기 위해서 사람들이 흑백논리로 무장을 했습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엄혹한 싸움을 이길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은 김일성 주체사상, 어떤 사람은 맑스주의. 레닌주의, 모택동주의, 우리 같은 기독교인들은 민중신학론, 해방신학론으로 무장해서 싸웠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민주화 과정에 들어서고 나서 사람들은 시민사회로의 전환이 이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저처럼 처음 전환을 시작한 사람은 엄청나게 두들겨 맞았습니다. 저는 커밍아웃을 하고 나서 한국기독교 사회문제연구원 원장 자리에서 쫓겨났습니다. 그러고 나서 경실련을 만들었습니다. 그 때 김지하 선배도 커밍아웃을 하고 고통을 겪었습니다.
북한인권 문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저만 하더라도 젊은 시절에는 북한이 낙원이라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또 그렇게 선배들로부터 지도를 받았습니다. 그러던 북한의 실상을 알게 된 것은 미국에 유학가고 나서이고, 그 실상을 후배들에게 전했다는 이유로 쫓겨났습니다. 저 자신이 과거에 그런 입장 가지고 있다가 그 이후에 커밍아웃을 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 말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월적 지위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하면, 제가 말하는 커밍아웃이라는 말은 진보진영이 자기네 입장에서 “북한 인권 문제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된다”는 목소리를 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다만 정부의 역할은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다면, 보수진영 사람들에게 훨씬 더 설득력이 있을 것입니다.
김근식교수
실제로 참여연대나 인권운동사랑방등의 진보진영에서도 소모임 형태로 북한인권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다만 지금 말씀드린 것처럼 현재와 같은 남남갈등의 구도 속에서는 보수진영은 북한인권을 통해 우월적 지위에서 진보진영을 매도하고, 반대로 진보진영은 보수진영의 북한인권 개선운동을 북한 붕괴론, 정권 타도론으로 받아들이는 현실이기 때문에 북한인권 개선에 대한 진보진영의 고민이 아직 가시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 말씀 드립니다.
서경석목사
올 연초에 ‘북한인권단체연합회’가 ‘국가인권위원회’와 공동으로 정책 세미나를 열었습니다. 거기서 북한 인권 문제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볼 것인가에 대해서 치열한 논쟁이 있었습니다.
거기에서 두 가지 시각이 있었는데, 하나는 탈북자들로 대표되는 시각인으로 “김정일 정권이 하루 빨리 붕괴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의 시각은 “그 주장에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그것은 한국의 주류 사회가 그런 주장을 할 수 없다”는 시각입니다. 정부, 교회, 주류 시민사회에서 북한의 붕괴를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입니다. 북한인권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한반도 평화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남북관계가 관리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전쟁이 없어야 하고 남북위협이 없어야 하고, 이것이 일정한 정도로 관리가 되어야지 오로지 북한 붕괴로만 나가서는 안 된다는 두 가지 입장이 다 같이 존재했습니다.
맨 마지막 보고서는 우리 안에 두 가지 입장이 존재하고 있다. 이렇게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으로 보고서가 만들어 졌습니다. 저는 그 두 가지 입장 중에서 후자에 속합니다. 한반도 평화와 북한인권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래서 북한 인권을 이야기할 때도 북한 붕괴론에 입각한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의 어느 정부가 들어선다고 해도 그 입장을 취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정부의 일차적인 임무는 안보입니다. 전쟁 방지가 일차적인 임무입니다.
두 가지를 어떻게 동시에 실현할 것이냐,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주장을 해야 합니다. 물론 그것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지만, 그래도 소프트 랜딩이 될 가능성의 길을 열고 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과제를 놓고 북한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북한 인권 문제를 이야기할 때 그래야 먹혀들어갈 것 아니냐, 북한 인권 문제만 이야기하면 무조선 자기네 공화국을 붕괴시키기 위한 책략이다. 이렇게 즉각적으로 반응이 나오게 되면 곤란하다. 그러면 평화 유지가 어려워진다. 그래서 우리 주장은 점진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 쉽게 말하면 동남아에서 인권이 가장 열악한 나라가 미얀마인데, 북한이 미얀마 수준만 됐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그렇게만 되면 북한의 김정은 체제에 대해서도 반대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당신네들 정권 다 유지해라. 우리가 바라는 바는 정치범 수용소 없애고, 법에 의한 재판하고, 거주이전의 자유가 있고, 이산가족 만남을 죽기 전에 다 해주고, 식량 배급의 형평성 문제, 종교의 자유문제 이런 일들만 되면 된다. 그러면 더 이상 요구도 안하겠다.” 저는 사실상 그런 입장입니다. 그래서 실제로 우리 보고서에 제 입장이 반영 됐습니다. 미얀만 수준만 됐으면 좋겠다는 내용이 보고서에 들어가 있습니다.
김근식교수
목사님 말씀하신 것을 들으면서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보수 진보 간에 접점을 찾을 가능성이 보이구요. 특히 소프트 랜딩의 가능성 열어놔야 한다는 것에는 적극 공감하는 바입니다.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점진적이고 단계적 접근도 공감합니다. 그런 내용들이 보수나 진보진영에서 같이 이야기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그동안 여러차례 남북간 장관급 회담을 했습니다. 초창기만 해도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만나면 언제나 언쟁하고 갈등이 심했으니까요. 그러나 남북관계가 유지되고 장관급 회담이 지속되고 신뢰가 조금이라도 쌓이면 인권 문제에 대해서 정부가 하더라도 북한의 저항이나 반감은 완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정부도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처음에는 기권이나 불참을 했다가 지금은 찬성표를 던지고 있지 않습니까? 북한은 의례적인 저항을 하긴 하지만 그것 때문에 남북관계가 파토나지는 않습니다. 꾸준히 10여 년 동안 식량도 주고 남북 간 관계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북한 당국에서 “너희들 하는 이야기는 동의하지 못하지만 이해한다”라는 수준까지는 발전한 것 같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목사님 말씀하신 정치범 수용소, 신앙. 주거이전의 자유 이런 낮은 수준의 정치적 자유에 관한 것은 남북관계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신뢰가 더 쌓이고 남북 간에 돌이킬 수 없는 정도 협력의 관계가 무르익으면 충분히 정부 차원에서도 요구할 수 있다고 봅니다.
서경석목사
김 교수님께서 그런 반응을 보여준 것이 저에게는 희망입니다. 다만 북 간 신뢰가 쌓이면 그런 말을 할 수 있다는 말은 괄호 안에 집어넣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과정이 그랬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10년간 이어져 내려오면서 남북간 신뢰를 많이 쌓았습니다. 그런데 그 신뢰는 어떤 신뢰니가 하면 북한 인권 문제를 주장하는 순간 그대로 깨지는 신뢰였습니다. 그래서 노무현 정부도 끝내 북한 인권문제를 주장하지 못했습니다.
우리 안에서 방침을 정하는 이야기를 하는 정도의 수준이었지, 북한을 향해서 정치범 수용소를 폐지하라는 주장을 할 수가 없습니다. 신뢰가 쌓인다는 것을 전제로 해서 이야기 하면 우리는 아무 이야기도 할 수 없는 것이다. 거꾸로 우리의 입장을 일관되게 북한에게 설득하려고 애를 쓰는 것이 옳은 입장이라고 봅니다.
북한인권법 문제만 해도 그렇습니다. 북한인권법에 대해서 북한은 자기네 공화국을 붕괴시키려는 법이라고 주장합니다. 저는 북한인권법을 그런 법으로 만들면 절대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북한인권법을 만드는 이유는 북한이 어떻게 해서든 개방사회로 갈 수 있도록하고, 조금씩 변화해서 나중에는 국제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북한인권법이 필요한 것이지 북한을 무너뜨리기 위한 법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 북한인권법에 따르면 시민사회에 재정지원을 하게 되는데요. 재정지원을 할 때도 예를 들어 북한에 삐라를 보낸다든지 그런 일에는 지원금을 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정부의 책임적인 태도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것은 민간이 할 일이지, 국가 예산으로 하는 것은 국가에 부담주는 것입니다.
세 번째로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진보진영도 북한인권법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오히려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다루는 좋은 방안을 진보진영 스스로 찾아서 거기서 나오는 지원을 함께 받아야 합니다. 북한인권을 개선하는 노력이 다양한 형태로 존재해야지,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진보진영이 보수진영을 향해 웅크리고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 것은 잘못됐다라고 생각합니다.
김근식교수
모두에 말씀 드린 역할분담, 시민사회의 다양한 노력들이 경주해야 한다는 면에서 충분히 좋은 말씀입니다. 말씀하신 남북관계 신뢰를 전제로 말한 것은 아니라, 신뢰에 맞춰서 신뢰와 병행해서 인권개선 요구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말을 계속 드린 것입니다.
인권 이야기에서 다른 주제로 옮겼으면 합니다.
국제관계에서 상대 국가에 대해서 다양한 접촉을 하고 관계를 확대함으로써 상대방의 정치적 태도를 변화시키는 정책을 ‘인게이지먼트 폴리시’(적극적 개입정책)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포용정책이 그런 것인데, 거기에 대한 논란이 조금 있었습니다.
진보진영에서 보수진영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보는 것 중에 하나가 보수진영은 그런 접촉과 교류 협력 등 다양한 관계 확대, 북한과의 점, 선, 면으로 확대를 통해 북한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인지, 필요 없다고 보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다시 말해서 단번에 북한 김정일정권이 무너지고 붕괴되는 급변사태가 와서 한순간에 우리가 원하는 상황으로 바뀌어야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는 것인지 이에 대한 의구심이 항상 있습니다.
보수진영 계신 분들중 인도적인 대북 식량지원조차 과민하게 반응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북한과의 협상자체를 쓸모없는 짓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지식인 중에서도 6자회담이 무슨 필요가 있나, 심지어 압박과 제제를 통해 끝까지 북한을 봉쇄해서 무너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서경석 “당근과 채찍 같이 쓰고, 북핵은 확실히 압박 가해야”
김근식 “6자회담 틀만이 당근과 채찍을 같이 쓸 수 있는 터”
서경석목사
제가 아주 정직하게 이야기하면, 저는 북한이 내일 당장 망했으면 제일 좋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저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의 90%, 전 세계 사람들 90%의 생각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 같은 나라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저는 과거에 통혁당 사건으로 구속된 적도 있는 사회주의자였습니다. 미국으로 유학갈 때까지만 해도 북한이 지상낙원이라고 알고 있었던 사람입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을 창립해서 북한돕기에 앞장섰던 사람이고, 경실련에 통일협회를 만들어 활동할 때만 해도 “절대 북한이 붕괴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북한을 6번 다녀오고, 북한의 모든 것을 보고 나니 “이 나라는 하루 빨리 망하는 것만이 해결책”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가능하지 않습니다. 제 속의 바램일 뿐입니다. 현실적으로는 대한민국 정부도 그런 입장을 취해서는 안됩니다. 한국 개신교 내에서 보수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인권위원장으로서 북한인권 문제를 가지고 운동할 때도 그런 입장은 잘못된 입장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지금 일반사람들이 북한을 바라보는 속마음이 그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북한 정부를 향해서 잘 될 수 있도록, 애정가지고 설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교류협력 확대가 부질없는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교류협력 확대는 분명 북한의 변화에 도움을 줍니다. 그런데 문제는 교류협력 확대만으로 북한을 개방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실질적으로 북한 핵문제, 인권문제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당근과 채찍이 함께 필요합니다. 당근과 채찍을 함께 쓰면서 동시에 경제교류도 해야 하는데 그동안 노무현 정부는 채찍을 전혀 쓰지 않았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채찍을 완전히 안 쓴 것은 아니지만 제대로 안 써서 국민들은 채찍을 쓴지도 잘 모릅니다. 진보진영 쪽에서는 당근과 채찍을 함께 써야한다는 주장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당근과 채찍을 같이 쓰고, 북핵은 확실하게 압박을 가해서 근절시켜야 하며, 인권문제도 단계적으로 접근해서 개선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는 인도적 지원 문제입니다. 저는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을 창립해 인도적 지원활동에 앞장섰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제가 제일 괴로웠던 것은 탈북자들 항변이었습니다. 탈북자들은 한국에서 보내는 쌀이 자기네들에게 전혀 오지 않는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쌀은 군대와 평양 시민과 당 간부, 군수 공장으로만 가고 자기네들은 당 간부가 뒤로 돌려서 빼낸 쌀이 장마당으로 나오면 그것을 구입할 따름이다.” 이 이야기를 7-8년 동안 수없이 듣고 나서 결국 인도적 지원 문제에 대해서 제가 3년 전부터 “알겠다. 당신네들 말이 맞다..”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그러고 그 다음부터 제 입장을 바꿨습니다. 제가 이때까지 자부심을 가지고 했던 일이 근본적으로 공격 받다 보니, 입장을 바꾸는 것이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부터는 솔직하게 인정하고 “그래, 김정일 정권에게 쌀을 보내는 것은 해서는 안 되겠구나. 그러나 식량은 꼭 보내야 한다.” 제 아무리 독재체제라고 해도 동포가 굶어죽은 것을 막는 것처럼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
그 다음에 생각해 낸 것이 옥수수 가루를 보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옥수수 가루는 산화되기 때문에 저장을 길게 할 수 없어서 군량미로 비축이 안 됩니다. 일반 서민들에게 전면 배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쓰레기통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나는 거의 무제한일 정도로 많은 옥수수 가루를 보내는 것만이 그 사람들에게 식량이 전달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김근식교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구요. 아까 말씀하신 당근과 채찍, 상당히 공감합니다. 북한의 변화를 가져 오는 데 대해서 북한이 선의를 가지고 움직일 테니까 우리도 선의를 가지고 해야 한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북한은 자기 시스템과 메커니즘을 갖고 있는 하나의 국가이기 때문에 북한 스스로 핵을 포기하도록 설득을 해서 회유도 하지만, 이와 더불어 북한이 힘들어서 핵을 포기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진보진영에서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핵문제 관한한 김대중, 노무현대통령도 그렇고 당근만 쓴 적은 없습니다. 채찍을 분명이 쓴다고 했는데 국민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고, 강조점이 협상과 대화에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채찍의 유용성에 공감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그 다음에 저는 6자회담이 북핵문제를 해결하려는 유일한 접근 통로라고 보고 있습니다. 우려스러운 것은 보수적인 인사들 가운데 6자회담 무용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것은 굉장히 위험한 생각입니다. 설사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6자회담이라는 틀 속에서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하도록 희망을 가지고 이야기해야 합니다. 제가 보건대 6자회담의 틀은 당근과 채찍을 같이 쓸 수 있는 유일한 터라고 생각합니다.
인도적 대북지원에 있어서 목사님의 말씀은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옥수수 가루가 다른 데 저장될 수 없는 것이라면 무제한적으로 줘야 한다는 말에도 공감합니다. 외람되지만 보수진영에서 목사님 중심으로 정부에 이런 남북관계 상황에서 옥수수 가루라도 무제한적으로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씀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분배투명성이 확보된다는 것을 전제로 대북 인도적 지원은 남북관계와 상관없이 지속되어야합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이 조치를 안하고 있습니다. 매우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옥수수 가루를 무제한으로 주든지, 분배과정의 모니터링을 강화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서 상시적으로 인도적 지원이 지속되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서경석목사
제가 이야기를 들으면서 놀란 것은 진보 진영에 대한 저의 선입견이 오늘 많이 깨졌다는 것입니다. “보수에 대한 진보의 선입견도 굉장히 심했었구나”라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김교수님게 북한인권단체연합회 보고서를 드렸으면 좋겠습니다. 그 보고서를 통해 인도적 지원에 대해 우리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생명과 직결된 지원은 무조건적이어야 한다. 그래서 옥수수 가루를 보내야 하는데 쌀을 보낼 수도 있다. 쌀을 보낼 때는 쌀 100톤에 이산가족 한 명이 만날 수 있게 협상을 해 달라.”
그동안에는 10만 톤의 쌀을 보내고 이산가족 100가정 밖에 못 만났습니다. 지금 생존해 있는 이산가족들은 5년 이내로 거의 다 사망합니다. 이제 얼마 남지도 않았습니다. 1년에 1천 가정씩은 만나야합니다. 1년에 1천 가정 만나기 위해서라면 10만 톤 쌀 보내는 것도 아깝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 외에 대북지원 문제를 핵문제와도 연계시켜야 합니다.
김근식 교수님이 제 입장이라면 대화가 가능하다고 했는데, 저도 김 교수님 말씀이 사실이라면 북한 인권 문제 있다는 것 충분히 인정하고 당근과 채찍이 필요하다는 것 충분히 인정 하면 공감대가 형성된 것입니다. 다만 여러 가지 환경 때문에 심리적인 것 때문에 자기 소신을 피력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되지 않아서 그렇다면, 그것은 어렵지 않은 문제입니다. 지금 교수님의 그런 입장이라고 한다면 지금 보수로 알려져 있는 사람들과 그런 합리적 진보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만나서 대화하는 자리가 꼭 만들어 졌으면 좋겠다는 것을 희망하고 싶습니다.
보수에서 7-8명, 진보에서도 7-8명이 같이 모여서 우리가 함께 동의하는 사안이 뭔가, 동의하지 않는 차이가 뭔가, 하는 것을 합리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가 서로 만나서 이해해보는 작업을 해본다면 좋지 않을까. 공동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공동의 목소리를 내서 정부에 요청하자.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근식교수
제가 애초에 이야기 했듯이 진보가 보수를 오해하고 보수가 진보를 오해하는 경우가 너무 많고 그런 것들로 남남갈등을 악화돼서 우리 사회를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식인 사회에서 ‘좋은정책 포럼’이라는 합리적인 생각을 하는 뉴레프트 그룹들이 뉴라이트 그룹인 ‘선진화재단’과 공동으로 남남갈등에 관한 이론적인 차이에 대해 토론하는 세미나를 개최한 적도 있습니다.
보수와 진보 진영이 만나서 차이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차이가 확인되고 공감대가 형성된 다음에야 다음의 행동을 모색해 볼 수 있는 것이어서, 그런 입장에서 목사님이 희망하는 바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보수가 진보에게 진보가 보수에게 자기들의 입장을 이해 받고 상대방 쪽으로 한걸음 또는 반걸음이라도 같이 가서 같은 곳을 쳐다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저는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국가를 생각하고 정부 당국의 현실적 입지를 생각해 보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있거든요. 한쪽에서는 인공기 태우고 한쪽에서는 성조기 태우고 이러다 보니까, 이런 것들이 마치 좌우의 모든 목소리인 것처럼 다 용해되어 버려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지 못하거든요. 그런 맥락에서 스스로 돌이켜 보고 성찰해야 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서경석 “합리적 보수와 진보가 정부에 공동의 목소리를 내자”
김근식 “차이 확인하고 공감대 형성하면 함께 행동 모색도…”
서경석목사
우리가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은 끊임없이 변해왔습니다. 대북정책 역시 한국 사회가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김대중 정부가 햇볕 정책을 쓴 것은 그 당시 상황 속에서 옳은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96년 북한의 기근으로 300만이 굶어 죽었을 때 한국과 전 세계 교포사회까지 유례없을 정도의 북한동포 지원운동이 일어났습니다. 김영삼 정부의 탄압을 뚫고 일어난 일입니다. 거의 모든 그룹이 모금을 해서 북한에 엄청난 지원을 했습니다.
북한을 적으로 바라봤던 사람들이 대북지원을 하면서 북한을 동족으로 바라보는 큰 정치사상적 변화가 우리 국민 안에 있었고, 이것이 기반이 되어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이 가능할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을 겪지 않고 햇볕정책을 이야기를 했다면 ‘빨갱이’로 몰렸을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어디에 있느냐 하면, 10년 동안 햇볕정책 등을 통해 인게이지먼트 폴리시를 했는데 별 성과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이는 어떻게 보면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잘못이라기보다는 그만큼 김정일 정권이 사악했던 것입니다. 진보진영이 끊임없이 입장을 바꿔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진보진영 뿐만 아니라 보수진영도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악한 정권이라는 것을 치를 떨면서 온 국민이 경험하고 있는 것입니다. 10년 전만 해도 안 그랬거든요. 20-30년 전에는 북한을 낙원으로까지 생각했던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북한에 대한 인식 변화가 국민들 안에서 끊임없이 이뤄져 왔고, 그 배경 하에서 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이명박 정부가 하고 있는 것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퍼주기’, ‘비위 맞추기’는 고쳐야겠다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 국민들이 북한정권에 대해 그렇게 생각한다고 봅니다. 전환이 일어났고, 단지 이명박 후보가 운 좋게 그 분위기 탔기 때문에 대통령이 됐습니다. 그래서 현재 이명박 정부가 취하고 있는 것은 남북관계에서 더 이상 퍼주기 할 것이 아니라, 생명과 직결된 것은 무조건적으로 지원하고 그 외에 당장 급하지 않는 것은 상호주의에 엮어서, 우선 핵을 폐기하고, 그 다음에 인권도 개선하고, 그렇게 가야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동안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 익숙해있는 북한으로서는 이명박 정부의 입장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기 때문에 앞으로 몇 년간 남북 힘겨루기가 지속된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진득하니 기다려서라도 이것을 조정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동안 노무현 정부의 ‘비위맞추기’는 굉장히 심했습니다. 물론 속으로는 채찍도 쓰긴 했지만 전혀 드러내지 않고 채찍을 썼고, 겉으로는 한마디도 북한을 비방하지 않았습니다. 하다 못해 북한이 핵실험을 했는데 그것에 대해서 공개적인 비난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정도로 ‘비위 맞추기’를 했고 그것은 제가 볼 때 옳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인권 문제를 주장하는 순간 그대로 깨지는 평화는 평화가 아닙니다. 진정한 평화는 인권 개선이 중심입니다. 그래서 인권이 개선되는 정도만큼 남북관계가 개선되는 것이지 북한정권에 비위를 맞춰 유지되는 평화는 평화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김근식교수
저는 정부의 대북정책이 기본적으로 인게이지먼트 폴리시라(개입정책)이 돼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냉전 이후 한반도 상황에서 불가피한 현실적인 접근일 것입니다. 다시 말해 자유진영이 체제경쟁에서 승리한 이후, 또 북한의 체제 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탈냉전의 국제정세를 맞이해 북한과의 다방면에 걸친 관계 확대를 통해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해 내고 한반도 평화를 증진시켜 나가는 것이 우리가 원하는 점진적 평화 통일을 이끌어내는 가장 현실적은 방안이 될 것입니다.
이 방식은 이미 노태우 정부부터 했던 대북접근이었습니다. 북방정책이 그랬고 7.7선언이 사실 그 시초 아니었습니까? 남북 간의 경제협력이 시작된 것도 이때였습니다. 그런데 YS정권에 들어와 초기에는 그 입장을 견지하다가 핵문제라는 악재가 터져 나왔고, 민족문제나 북한문제에 대한 일관된 철학이 없이 오락가락 하면서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갔습니다.
그래도 김대중 정부 때 햇볕정책이 체계화되면서 인게이지먼트라는 것이 당시 정세에서 국민적 공감대를 얻었고, 북한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었으며, 대북지원이 자발적으로 조직되기도 하고, 국제정세 변화등을 통해서 북한과의 협력과 화해를 통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큰 발걸음이 시작됐습니다.
노무현 정부가 괴로웠던 것은 핵을 안고 갔기 때문입니다. 출범할 때부터 핵문제를 안고 갔기 때문에 5년 내내 핵문제와 씨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힘들게 갔지만 햇볕정책, 인게이지먼트 폴리시라는 기본 정신은 가져가려고 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나마 북핵 위기 속에도 한반도 평화를 유지하고 남북관계를 관리하고 한국 정부의 주도적인 개입력과 발언권을 확보했다고 생각을 합니다.
노태우 정부부터 20년 가까이 되는 인게이지먼트 폴리시가 이명박 정부에 와서는 큰 위기에 봉착해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과거 정권들은 물론 퍼주기나, 비위 맞추기 그런 측면이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여기에 이미 식상해버린 대북지원에 피로감을 느끼는 국민들이 많았습니다. 여러 가지 상황이 겹치면서 국민들의 여론이나 대북 인식이 퍼주기에 대해서 시정해야 한다는 여론을 등에 업고 이명박 정부가 당선되어서 초기에 그것을 시도한 것은 이명박 정부의 정치적 입장을 봐서는 불가피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판단하기에 이명박 정부에게 안타까운 것은 퍼주기와 끌려 다니기를 안한다는 그 목적이 너무 과도한 나머지, 인게이지먼트 자체를 포기하는 역행적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위험합니다. 인게이지먼트를 효율적으로 하면서 퍼주기를 안하려고 한다면 저는 ‘잘주기’로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예 ‘안주기’로 가고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비위 맞추기’라는 측면이 있었다고 한다면, 인게이지먼트를 기본적으로 깔면서 비위 맞추기가 아닌 북한 잘 이끌기를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자꾸 만나서 협상을 하고 우리가 원하는 방향대로 북한의 행태를 바꿀 수 있도록 회담을 해야 하는데, 이명박 정부는 만나지 않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이것이 본말이 전도된 것입니다. 그게 조금 안타깝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현실이 잘 투영된 것이 금강산관광 재개라고 생각합니다. 인게이지먼트를 우선순위에 둔다면 금강산관광은 재개하되 끌려 다니지 않도록 남측이 제시한 3대 조건이 현실적 작동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은 본말이 전도되어 금강산관광 자체에 대해서는 관심이 별로 없고 북한을 향해 3대 조건을 먼저 지키라고 하고 있습니다. 3대 조건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가 구체적으로 내놓은 안이 없습니다. 북한도 지금 답답할 노릇일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이명박 정부에서는 지난 10년간 퍼주기와 끌려 다니기에 대한 과도한 반작용이 20년 동안 흘러왔던 인게이지먼트 자체를 무력화 시키고 있는 것 아니냐는 기우를 가지고 있습니다.
서경석목사
김 교수 의견에 100% 지지는 아니지만 크게 반대도 하지 않습니다. 저는 남북문제를 대화하고 교류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믿고, 정부도 이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대화를 하거나 지원을 할 때 끌려 다니거나, 무조건 퍼주기 하지 않으면서 관계를 맺는 것에 동의한다면 뜻을 같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금강산 관광 문제를 가지고 지금 정부가 취하는 입장처럼 갈 것이냐, 전향적인 입장을 취할 것이냐는 큰 차이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 이 일에 대해 보수와 진보의 견해차가 있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이 보수와 진보의 이야기를 동시에 들으면서 적절한 선에서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그 차이는 이념적인 차이나 근본적인 차이가 아닙니다.
대북지원을 할 때 ‘잘주기’를 하자. 그것도 아주 좋은 이야기입니다. 제가 “옥수수 가루 보내는 게 참 중요하다”고 했을 때 동의를 해주셨는데, 그렇다면 그런 이야기도 보수와 진보가 같이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 정도 차이라면 김 교수님과 저은 큰 입장차가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정리: 임장철국장)
[이 게시물은 웹지기님에 의해 2012-01-18 18:14:58 칼럼에서 복사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