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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01-07 11:46
   북한인권문제를 보는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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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서경석
    조회 : 2,217  


    북한인권문제를 보는 시각             

                              서경석 목사 (기독교사회책임 공동대표)

1.

  한국사회에서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은 그동안 꾸준한 변화를 겪어왔다. 90년대 초반까지는 북한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북한의 실상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한국정부가 권위주의 체제인데다 남북한 통일논의를 억압하는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본주의도 사회주의도 아닌 제3의 체제를 지향하는 수렴론이나 운동권 내부의 주체사상파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래서 글리온 회의나 NCC통일선언과 같은 진보적인 통일논의가 지식인들 사이에 광범위한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9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바뀌어졌다. 공산권의 붕괴로 사회주의는 더 이상 지식인들이 바라는 指向이 될 수 없었고, 오히려 흡수통일론이 등장하여 흡수통일론이 옳으냐 그르냐가 논의의 중심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남한체제의 우월성이 분명해지면서 수렴론은 빛을 바랬다. 게다가 북한에서 수백만이 굶어죽으면서 북한에 대한 환상도 완전히 깨져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국민은 97년의 북한동포돕기운동과 그 후 집권한 김대중정부의 햇볕정책의 시각에서 북한을 바라보았다.
  2천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상황은 더 크게 변화되었다. 북한의 핵실험은 북한에 대한 일말의 기대조차 사라지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북이 식량난을 겪으면서도 미국의 식량지원을 거부하고 6자회담을 거부하고 개성공단에 대해 규제조치를 내리는 것을 보면서 우리국민은 북한에 대해 참을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아마 대다수 국민은 겉으로 내색은 하지 않아도 하루빨리 북한이 망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국민의 마음속에서 북한이 연착륙을 할 수 있다는 기대는 이제 사라졌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사회에 북한에서의 독재가 하루빨리 종식되고 북한주민이 해방되는 날이 빨리 와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특별히 북한에서 한국으로 온 탈북자들은 더욱 더 그러할 것이다. 우리사회의 일각에 이러한 입장을 가진 운동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한국의 주류사회가 공개적으로 북한체제의 붕괴를 주장할 수 없다. 그 경우 한반도의 평화가 크게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의 主流시민사회는 이러한 점을 감안해서 자기 주장을 해야 한다.

2. 

  제일먼저 한국의 主流시민사회는 평화우선주의, 평화지상주의를 반대해야 한다. 한반도의 평화만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북한의 인권문제를 외면하는 댓가로 김정일로부터 한국인의 생명과 안전과 재산을 보장받으려는 사람들이다. 이러한 입장은 가쯔라 테프트 밀약과 유사하다. 미국이 일본의 한반도지배를 용인하고 일본이 미국의 필리핀 지배를 용인하는 가쯔라테프트 밀약은 두 수퍼 파워 사이의 평화조약이기 때문에 세계평화에는 기여하겠지만 한국인에게는 절망을 안겨준 밀약이었다. 마찬가지로 한국의 평화우선주의는 한반도 평화에는 도움을 줄지 모르나 북한주민에게는 한없는 절망을 안겨줄 것이다. 이러한 입장은 한국인의 이기주의를 대변할 따름이다.
  뿐만 아니라 평화를 지향한다고 해서 정말로 평화가 오는 것도 아니다. 거짓평화, 사이비평화만 있을 뿐이다.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순간, 그대로 깨지는 평화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이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침묵했다고 해서 그나마 사이비 평화조차도 실현된 것이 아니었다. 북이 핵개발을 해서 한반도의 평화를 더욱 크게 위협했을 뿐이다.
  평화우선주의는 먼저 평화정착부터 한 후에 북한 인권문제를 개선하자고 주장한다. 한국이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하면 북한이 반발하기 때문에 평화가 깨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주장은 북한의 평화위협 아래서 굴종하며 살자는 것에 다름 아니다. 
  뿐만 아니라 과거 군사독재에 맞서 한국의 민주화를 위해 싸웠던 세력이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이중잣대다. 과거 민주화세력은 군사정권이 경제발전을 위해 민주주의를 유보해야 한다고 했을 때 빵만으로는 살 수 없으므로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주장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민주화세력은 지금 북한사람들 보고 빵만으로 살라고 하고 있다.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특히 한국의 진보적 기독교 세력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있다며 어떤 체제나 이데올로기도 인간을 억압할 때는 기독교인은 이에 저항해야 한다며 유신체제에 결연히 맞섰었다. 그런데 지금 이들은 유신체제보다 백배는 더 독재인 북한의 수령독재체제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인권없는 평화는 평화가 아니다. 진정한 평화는 인권이 실현되는 평화다. 남북관계의 진전도 그 평가기준을 인권개선에 두어야 한다. 단지 김정일 정권과 사이좋게 지내어서 그 결과로 남북관계가 좋아지는 것은 남북관계의 실질적인 진전이 아니다. 인권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순간 모든 것이 깨지기 때문이다. 

3.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主流시민사회는 김정일 정권이 하루빨리 망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북한인권”지상주의의 입장에도 설 수 없다. 물론 이런 주장을 하는 세력이 우리사회에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러한 세력이 없으면 우리사회에 바른 말을 하는 사람들이 없어진다. 그러나 主流시민사회가 이런 입장을 취하면 한반도의 평화가 직접적으로 위협받는다. 북한인권도 중요하지만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主流시민사회는 反평화지상주의, 非북한인권지상주의의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고 본다. 즉 우리가 주장하는 북한 인권개선은 북한 붕괴를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인권개선 주장이 아니라 한반도의 평화가 근본적으로 위협받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인권실현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북한의 인권개선을 요구하는 이유는 일차적으로 북한 주민의 고통이 종식되기를 바라기 때문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북한이 연착륙에 성공해서 개방사회의 일원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해 끊임없이 인권개선을 요구해서 북한이 조금씩이라도 변화해야 북한사회도 유연해지고 또 연착륙 가능성도 커질 것이다. 우리가 북한인권개선을 주장하는 이유는 북한 붕괴를 원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인권개선이 북한붕괴를 피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지금 북한의 연착륙의 가능성이 크지 않지만 그렇다고 포기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북한을 향해 북한붕괴를 원치 않는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설득해야 하고 계속적으로 애정어린 비판을 해야 한다.  한반도의 평화와 북한인권 개선을 동시에 주장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둘 중 어느 하나만을 택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래서 우리의 북한인권에 대한 주장도 점진적이어야 한다. 북한체제가 위협받지 않으면서도 실현될 수 있는 인권을 주장해야 한다. 이산가족의 전면적인 만남, 납북자의 귀환, 종교자유의 실현, 분배의 투명성, 법에 의한 재판, 거주이전의 자유, 정치범 수용소의 폐지 등이 그러한 부류에 속할 것이다. 동남아에서 가장 인권이 실현되지 않는 나라가 미얀마라면 우리는 북한을 미얀마 같은 나라로 만들자는 것이다.

4.

  북핵을 반대하고 북한 인권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당근과 채찍을 함께 써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북한의 변화를 유도할 수 없다. 요즈음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국제사회가 단결해서 북한을 압박했기 때문이다. 인권개선도 이러한 국제사회의 압박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한국의 대북 인도적 지원과 경제협력을 북한인권 문제와 연계시켜야 한다. 다만 어떻게 연계해야 하는가의 문제는 신중한 검토를 필요로 한다. 
  우선 대북인도적 지원활동은 생명과 직결된 무조건적인 지원과 상호주의와 연계해야 하는 조건부 지원으로 나뉘어져야 한다. 그래서 북한에서 대량餓死의 위기가 오거나 결핵으로 사람들이 죽어간다면 이들을 돕기 위한 인도적 지원은 원칙적으로 무조건적이어야 한다. 생명을 살리는 일은 다른 어떤 일보다 우선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과 직결된 지원을 둘로 나눌 필요가 있다. 첫째는 분배의 투명성을 강조하되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옥수수가루를 보내는 것이다. 옥수수가루는 저장성이 약해서 반드시 주민에게 나누어주어야 하는데 그 경우 취약계층에 보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둘째는 북한과의 식량지원 협상을 통해서 이산가족만남을 최대한으로 실현하고 납북자 송환을 성공시키는 일이다. 정부는 매년 수천명의 이산가족이 만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제는 이산가족이 너무 고령화되어 향후 몇 년동안 대량 만남이 실현되지 않으면 이산가족 상봉이 더 이상 의미가 없을 수 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1년에 1-2백명 만나는 것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 적어도 쌀 백톤에 한명은 만나야 한다. 그래서 십만톤의 쌀이 가면 이산가족 천명이 만나야 한다. 이렇게만 된다면 매년 수십만톤의 쌀을 보내도 아깝지 않다.
  또 납북자의 송환도 이루어져야 한다. 한국국민은 한국과 일본을 비교하면서 납북자 송환을 위한 한국정부의 노력이 일본에 비해 너무 부족한 데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다. 납북자 송환문제야 말로 한국정부가 가장 열심히 해야 할 일이다. 사실 납북자 송환문제는 핵문제보다 더 중요하다. 그래서 정부는 어떤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납북자 송환을 이루어 내야 한다. 
  국군포로 송환문제는 북한이 이들의 존재를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쉽지 않은 문제다. 그렇다면 동서독의 경우처럼 민간채널을 통해 돈을 지불하고 이들을 귀환시키는 방안을 택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지원 이외의 모든 인도적인 지원이나 경제협력은 북핵과 연계되어야 한다. 평양과기대에 대한 지원이나 비료지원, 농업지원 등도 북핵 폐기가 착실하게 진행된 후에 되어야 한다.

 5.

  한국정부는 또한 모든 레벨의 남북협상에서 북한 인권문제를 의제로 설정해야 한다. 6자회담에서도 북한인권문제가 반드시 주요 의제가 되어야 한다. 일본만 납북자 송환을 강조하고 한국은 납북자 송환을 주장하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북한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남북관계를 해치는 것이라는 좌파들의 낡은 주장은 이제 더 이상 고려할 가치가 없다. 다만 우리가 강조할 점은 우리가 북한인권개선을 주장하는 이유는 북한이 붕괴되지 않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북한인권이 전혀 개선되지 않는다면 그때는  정말 붕괴 이외에 길이 없다는 것이다. 이점을 한국의 主流시민사회가 한 목소리로 강조해야 한다.
  한국정부 뿐만 아니라 한국교회도 보다 적극적으로 북한인권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동안 대북 인도적 지원을 가장 많이 한 사람들은 기독교인이었다. 이제까지는 기독교가 대북지원을 할 때 교회들끼리 지원경쟁을 하면서 현금을 갖다 주는 일도 많았다. 북한이 만남을 대가로 현금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교회가 단결해서 식량 및 약품을 제외한 모든 대북인도적 지원을 인권개선과 연계시켜야 한다. 그래서 북한이 종교의 자유를 허용하지 않으면 생명유지와 직결된 지원 이외의 일체의 지원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지금 북한에서 성경책을 소지하고 있다가 발각되면 정치범수용소로 가야 하는데도 한국교회가 북한에 전시용 교회를 건축하고 이를 기뻐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을 하는 것이다. 지금도 신천역사박물관은 기독교인을 양키의 앞잡이라고 비난하며 反기독교 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도 이점을 한국교회가 문제삼지 않는 것은 한국교회의 책임방기이다.
  교회는 대북교섭력을 높이기 위해 당근과 채찍을 함께 써야 한다. 그래서 한국의 모든 교회가 합의하여 재정의 1%를 북한기금으로 적립해서 북한이 종교의 자유를 허용하면 북한사회의 발전을 위해 그 돈을 사용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지금부터 기금 모으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
 
 
[이 게시물은 웹지기님에 의해 2012-01-18 18:14:58 칼럼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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