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문규 선생님의 영전에 바칩니다.
서경석목사(지구촌나눔운동 부이사장)
강문규 선생님이 더 오래 우리 곁에 계실 줄 알았는데 갑작스럽게 너무 일찍 가셔서 밀려오는 슬픔을 누를 길이 없습니다.
그동안 선생님은 한국 시민운동의 사표이시자 올 곧게 사신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어른이셨습니다. 후배들은 나라가 어지러워 무엇이 옳은 지를 분간 못할 때 항상 선생님을 쳐다보았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서야 옳은 길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후배들에게 삶의 지표이자 균형추이셨습니다. 선생님이 계심으로 해서 후배들은 시행착오를 하지 않고 바른 길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항상 소신있게 바른 말을 하셨습니다. 과거 군사독재시절 민주화 운동을 할 때 선생님은 지배세력에 대한 비판은 말할 것도 없고, 운동권의 문제점도 가차없이 지적하셨습니다. 북한에 가서도 북한정권을 향해 쓴 소리를 하셨습니다. 그 결과로 선생님이 어려움에 처하셨던 점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그렇지만 선생님의 말씀은 통찰력이 있으셨고 권위가 있으셨기 때문에 우리는 항상 선생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리고 어떤 모임에서도 선생님은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셨습니다.
이렇게 자기 입장이 분명하신 분이셨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은 사람들과 폭넓은 교유를 하셨습니다. 그래서 좌와 우를 넘어 모든 분으로부터 존경을 받으셨습니다.
그러면서도 선생님은 자기관리가 철저하신 분이셨습니다. 탐구적인 자세, 학문하는 자세를 조금도 흩뜨리시지 않은 분입니다. 과연 우리가 늙어서도 선생님처럼 항상 책과 함께 사시는 그런 삶을 살 수 있을지 너무도 자신이 없습니다.
또 선생님은 가장 깨끗하고, 가장 반듯하게 시민운동 지도자의 길을 가셨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은 평생을 통해 정치권으로부터도 독립하고 시장으로부터도 독립적인 시민운동의 자리를 지키셨습니다. 세상이 좌와 우로 갈라져 싸울 때 선생님은 이 현실을 서글퍼하시고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애쓰셨습니다. 세상은 선생님의 뜻대로 되지 않아 정치권과 시장으로부터 독립적인 시민사회가 존재하는지 조차도 의심스러운 상태이고, 좌우로 나뉘어져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있지만 그럴수록 선생님의 통찰은 우리 마음속 깊이 새겨져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찬연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의 생각이 실현되는 날이 반드시 올 것입니다.
또 선생님은 건강이 허락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지구촌나눔운동 이사장으로서 가난한 나라 이웃을 돕기 위해 일하셨습니다. 이러한 선생님의 모습을 우리들 후배들도 반드시 뒤따를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한국 시민운동의 가장 위대한 스승을 떠나 보냈습니다. 특별히 오랫동안 가까이서 선생님을 모셔온 저로서는 선생님의 빈자리가 너무 커서 허망함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인생의 師表였던 선생님이 안 계신 지금 어디서 인생에 대한 자극과 가르침을 얻을 수 있을지 막막합니다.
선생님과 함께 보냈던 오랜 시간들을 되새기면서 앞으로도 무슨 일을 겪을 때마다 이럴 때 선생님은 어떻게 하셨을까를 돌이켜 보며 계속 마음 속의 어른으로 모시고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