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 에큐메니칼 한반도 평화컨퍼런스를 보고 -
그냥 지나치려고 했는데 아무도 말하고 있지 않아 결국은 결심하고 이 글을 쓰게 되었다.
나 역시 젊은 시절 열렬한 에큐메니칼(WCC, NCC를 중심으로 한 진보적 기독교운동을 칭함)운동가였던 사람이다. 지금도 부산 WCC총회가 잘 되기를 바라는 사람 중의 하나다. 그런데 미국 아틀란타에서 열린 “2013 에큐메니칼 평화컨퍼런스”가 평화협정 청원을 위한 백만인 서명운동을 하기로 했다는 말을 듣고는 정말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화협정이 되면 핵이 폐기되고 전쟁의 위협이 사라지는가? 그렇게만 된다면 누군들 평화협정을 원치 않겠는가? 지금은 평화협정은 커녕 정전협정조차 북에 의해 일방적으로 폐기된 상태다. 먼저 정전협정부터 복원시켜야 할 처지다. 평화협정 대화를 하면 북이 핵을 폐기하겠는가? 북핵폐기를 위한 6자회담조차도 무력화되어 있고 북한의 생존권을 좌지우지하는 중국조차도 북핵을 폐기시키지 못하고 있는 지금의 현실 아닌가? 그동안 남과 북이 맺은 협정이 다 백지화 되었는데 북한의 진정한 변화 없이 맺는 평화협정이 과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믿는가? 정말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왜 이런 발상이 나왔는가? 에큐메니칼 지도자들이 오랫동안 누적된 허위의식에 사로잡혀 진실을 바라보는 능력을 상실하지 않았다면 이런 생각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에큐메니칼 운동이 그동안 남과 북의 중간에서 양쪽을 비판하는 양비론적 입장에 너무젖은 나머지 무엇이 한반도 긴장의 근본원인인가조차도 바르게 짚지 못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제는 한국인은 물론 중국을 포함한 온 세계가 너무 잘 알듯이 한반도 긴장의 근본원인은 바로 북한 김씨세습 수령독재체제다. 우리국민은 지난 6개월 동안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하고, 정전협정을 폐기하고, 연일 계속되는 도발위협을 하고 개성공단을 폐쇄시키는 것을 보면서 이점을 너무도 절절하게 체험한 바 있다. 북이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하는 이유는 상식이 전혀 통하지 않는, 세계에 유래없는 폭압적 독재체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박근혜정부의 신뢰프로세스 조차 전혀 먹히지 않고 있다.
또 에큐메니칼 지도자들은 왜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에 대해 경제·통상 제재를 하게 되었는지? 왜 한국과 미국이 군사훈련을 하는지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것 같다. 이 이유는 삼척동자도 알고 있듯이 북핵과 북의 도발위협 때문이다. 이 위협에 대응하는 유일한 방안은 전 세계가 다 같이 공조해서 북한을 압박하고 안보를 튼튼히 해서 북이 도발하면 열배나 응징하겠다는 결의를 보이는 것뿐이다. 지금 한국은 이 두 가지 때문에 안보가 지켜지고 한국의 평화가 유지되고 있다. 그런데 에큐메니칼 지도자들은 유엔의 제재도 해제하고 한미훈련도 중단하라고 한다. 그러면 우리는 어디서 한반도의 안보와 평화를 보장받는단 말인가? 더구나 중국까지 포함한 전 세계적 제재가 있지 않으면 북한은 절대로 개혁개방, 북핵폐기, 인권개선의 길로 가지 않을 것이다. 최근 최용해의 訪中에서 보여진 약간의 북의 변화도 세계적 차원의 공조압박이 가져다 준 작은 결실이 아니겠는가?
세 번째로 에큐메니칼 운동은 조선그리스도교연맹이 가짜교회인 것을 모를 리 없을 텐데도 여전히 그들을 대화상대로 삼고 있다. 이것은 허위의식의 극치다. 조선그리스도교연맹은 외부교회로부터 모금을 하기 위한 북한창구일뿐 교회가 아니다. 이미 봉수교회는 쇼윈도우이지, 교회가 아님이 드러난 지 오래다. 북한교회는 지하교회 밖에 없고 그들은 기독교인임이 드러나면 정치범 수용소로 추방당하고 주동자는 사형에 처해진다. 그런데 아직도 에큐메니칼 운동은 북의 가짜교회를 상대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북에도 신앙의 자유가 있는 것처럼 일반교인을 속이고 있는 셈이다. 한국교인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을 다 속이고 있다. 이 속이는 일로 가장 고통받는 사람들은 바로 북한의 지하교인들이다. 그래서 에큐메니칼 운동은 더 이상 속이는 일을 하면 안 된다. 그리고 북을 향해 “왜 기독교인을 정치범수용소에 가두는가?”며 항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에큐메니칼운동은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눈을 감고 있다. 한국의 민주화운동에 크게 공헌했던 에큐메니칼 운동이 북한인권문제에 이토록 침묵하는 것은 정말로 놀라운 일이다. 그들의 허위의식이 치유할 수 없을 정도의 중증(重症)임을 보여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WCC총회 준비측과 아무리 이야기해도 북한인권을 다룰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WCC가 동북아에 와서 총회를 연다면 동북아의 가장 고통받는 사람들의 편에 서야 한다. 그래야 고난당하는 자와 함께하는 에큐메니칼 운동의 전통을 계승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WCC는 평화라는 미명하에 압제자 김정은의 편에 서고 있다.
평화협정 백만인 서명운동은 도대체 무엇을 노리는가? 많은 사람이 의심하는 ‘미군철수 음모’ 때문은 아니라고 하자. 최소한 북의 도발위협에 한국국민이 온 힘을 다해 공동대처하는 것을 와해시키려는 의도 아닌가? 그렇지 않다면 제발 중단하기 바란다.
돌아가신 안병무박사님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있다”는 성서구절을 인용하면서 어떤 체제나 이념도 인간을 억압할 때는 기독교인은 이에 저항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래서 당시 많은 기독학생들이 그 설교를 듣고 유신체제에 저항하여 감옥을 갔다. 그렇다면 유신체제보다 백배는 더 독재인 북한세습독재에 대해 왜 에큐메니칼 운동은 침묵하는가? 언제까지 한국의 민주사회와 북한의 세습독재를 동렬에 놓고 양비론을 펼 것인가? 국민이 당신들의 말을 납득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지금의 에큐메니칼 지도자들은 지금 에큐메니칼 운동을 죽이고 있다.